캘리그래피의 사전적 의미 :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
영화, 방송, 책표지 등 캘리그래피가 빠지는 분야가 없고, 캘리그라피를 직접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럼 ‘캘리그래피’는 무엇일까요? 사전에 나와있는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 캘리그래피를 모두 설명해주는게 맞는걸까요? 또 캘리그래피의 매력포인트는 무엇이며 어떠한 문화로 자리잡아야 할까요?
붓을 잡은 연기자, 캘리그래퍼 이상현작가를 만나 캘리그래피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또 캘리그래퍼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상현작가 :
원래 서예를 전공했었어요. 하지만 서예라는 것이 서예가들 끼리나 '대가'를 인정하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인정받고 있지는 않잖아요. '개인작가 이상현'으로서의 변화를 꿈꿔왔었고, 서예의 대중화를 하는데 힘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캘리그래피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서예가로서 캘리그래피에 뛰어들기 위해서 '디자인'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였죠. 디자인과 삶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캘리그래피는 감히 글자를 새겨넣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먹의 번짐을 통해 표현해내려고 했어요. 글씨를 바로 캘리그래피에 접목하기에는 디자인적 사고가 부족했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소통이 힘들었죠. 그랬기때문에 당연히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캘리그래피는 글씨에 표정과 감성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현작가 :
새로운 분야라… '가구'에 접목시켜보고 싶어요. 이전의 한글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용도였다면, 가벼운 손글씨의 맛으로 한글을 알려보고 싶습니다. 사실 캘리그래피라는 하나의 예술장르가 단순히 '예쁜 손글씨'를 쓰는 것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한국에서 캘리그래피가 왜 '문방사우'로 시작했는줄 아세요? 우리의 전통,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문방사우, 붓이기 때문이였어요. 먹의 농도와, 붓이 수분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에 따라서 다른 느낌이 나타나잖아요. 서양과 동양에서의 캘리그래피 개념이 다소 다른 부분도 바로 도구적 차이에서 나오는거죠. 동양에서는 글씨를 '예술'로 받아들이잖아요. 글을 멋지게 적어서 걸어놓고 감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는 않죠. 바로 펜을 쓰는 서양과 붓을 쓰는 동양의 차이입니다.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예술적 가치, 즉 작가의 정신이 포함된 것은 바로 서예에서 비롯된 요소인데요.
캘리그래피가 예술적 가치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작가들이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적 열정이 있는 전문 캘리그래퍼들이 더 좋은 작품들을 선보여서 대중들의 눈높이를 높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현작가 :
한글이 '받침이 있는 문자'라는 점이 한글의 매력포인트입니다. 캘리그래피적 관점에서요. 흔히 영문 텍스트로 디자인작업을 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하잖아요. 상대적으로 한글로 디자인한 것은 촌스럽거나 깔끔하지 못하다고 하는 디자이너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생각했는데, 바로 '받침' 때문이였어요. '받침'은 디자인에 있어서 불편한 요소였죠. 하지만 캘리그래피 관점에서 보면 한글의 받침은 매력포인트 그 자체죠. 한글 캘리그래피에서 문자에 리듬과 감정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받침'이예요.
이상현작가 :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캘리그래피를 시작하는 분들의 '목적'을 3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어요. 정말 아티스트로서의 '캘리그래퍼'를 꿈꾸시는 분, 캘리그래피로 돈을 벌고자 하시는 분, 그리고 기타(취미 등)의 목적을 가지신 분들…
우선은 캘리그래피라는 분야를 너무 쉽게 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손글씨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은 캘리그래피가 아닙니다.
캘리그래피를 잘 하려면? 감정이 풍부해야 합니다. 캘리그래피는 글씨에 감정을 입히는 작업입니다. 저는 캘리그래퍼를 '붓을 잡은 연기자'라고 표현하죠. 그만큼 캘리그래피 작업은 감성에 충실해야 합니다. 스스로 감정에 솔직하면 그만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상에 대한 풍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캘리그래피로 돈을 벌고 싶으신 분들은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읽는게 중요하겠죠. (웃음)
이상현작가는 오는 4월 5일부터 3주간 북촌 한옥마을 ㅁ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고 합니다. 화예 디자이너 박소란 선생님과 함께 화예와 캘리그래피가 어우러진 전시가 될 거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직접 초대전을 방문하셔서 캘리그래피의 멋과 매력을 흠뻑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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