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한 가정 내에 국적이 다른 구성원, 즉 다문화가정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오늘 만난 우에스기 마유(上杉真由) 씨는 일본에서 미술대학(조각 전공)을 졸업하고, 전공 공부에 대한 열의로 한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분입니다. 한국에서 여러가지 생활과 언어적인 부분, 문화적인 부분 등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면서 일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어의 매력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면 인터뷰 후 카페에서 만나게 된 우에스기 마유(上杉真由) 씨.
1. 마유 선생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에스기 마유(上杉真由)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나고야예술대학 미술학부(조각 전공)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건너와서는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공 공부를 하였답니다. 현재는 영남대학교 외국어 교육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고, 일본 일전(日展) 회원으로 전공 관련 예술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외에 우연찮게 좋은 기회가 있어서 대구 KBS의 '도시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2. 마유 선생님은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는 4월 6일이 지나면 한국에 온지 15주년이 됩니다. 1995년 4월 6일에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대학교의 졸업이 3월이라서, 4월쯤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경주 남산에 있는 미소불(微笑佛)이 아주 매력적이라서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 더욱 더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3. 한국 생활은 여러가지 면에서 또는 언어적인 부분에서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역시 의사 소통에서 제일 큰 어려움을 느꼈어요. 요즘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처음 왔던 당시에는 유치원에 입학할 어린 아이 수준을 면치못했으니까요. 한국말에 너무 서툴렀지요.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 또는 의사 소통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소소하게 나마 오해를 하거나 느꼈던 적이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일본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을 비교한다면, 일본에서는 개인주의라는 문화가 강합니다. 한 번은 학교에서 '안녕하세요.'가 인사라고 알고 있었던 저는 '밥 먹었나?'라는 선배, 친구들 인사말에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대답하였으나, 그들은 같이 '가자!'하며 함께 식당으로 가게 되었어요. 제가 괜찮다고 말해도 선배와 친구들은 더 괜찮다고 '그냥 먹어~'하고 밥을 사주었지요.
지금은 이러한 경우의 일은 없지만, 그 때는 그런 일들로 인해 점심식사를 세 번 하게 되었던 적도 있었어요. 일본에서는 '밥 먹었나?' 즉,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인사는 하지 않아요. 제가 대답했던 '아니요, 괜찮아요.'를 풀어서 번역한다면 '식사는 했습니다.' 또는 '식사할 생각이 없거나 조금 있다가 먹을 것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뜻으로 풀이되죠. 그 때를 생각하면 참 즐거웠던 기억입니다. 좋은 추억이 되었지요.
KBS 대구방송총국 68주년 특집 프로그램 '희망토크 대구' 방송녹화 후 남희석 씨와 기념촬영.
4. 마유 선생님이 생각하는 한국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저에게 있어 한국어의 사투리가 주는 매력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어요. 처음 1995년도에 경남 마산으로 왔을 때 모든 부분에 있어서 준비가 부족했어요. 요즘과 달리 유학생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했기에 더더욱 어려웠던 때였지요. 한 번은 기숙사 내에 갖고 있던 침구류가 없었을 때 (일본에는 침대, 이불, 베개를 묶어서 같이 제공하였으나 당시 기숙사에는 침대만 제공이 되어서 이불과 베개는 따로 구입하여야 했음) 구입하러 시장에 갔더니 시장 할머니들이 "비개(베개의 방언)를 찾고 있느냐?"는 말을 들었던 때가 한국 사투리와의 첫 만남이었지요.
표준어도 미처 제대로 알지 못했던 때에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경상도 지역의 사투리는 어느 누구 하나 알지 못했던 한국인 친구들과 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요즘은 최대한 표준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만 강의 중 휴식시간이나 개인적인 자리에서 무의식 중에 나오는 사투리는 예전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겠지요? (웃음)
그리고 한국어는 어떤 느낌이나 표현을 다양한 방법으로 말하는 것이 가능해요. 일본어와 비교해보면 일본어는 '○○은/는 □□한 느낌이다.'인데 한국어는 '○○은/는 □□하다.'라고 확실한 단어와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그 느낌을 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늘 지내지만 종종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때가 있는데, 요즘엔 이런 어려움도 있었어요. 일본에 갔을 때 일본어로 누군가에게 이러이러한 얘길 하고 싶었으나, 일본어로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참 곤란했던 기억을 갖고 있어요. 한국어로는 충분히 표현이 가능한데 말이죠. 저는 일본인이지만 가끔씩 그런 식으로 특별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해요.
5. 지금껏 경험해 본 것 외에 한국과 관련된 문화 중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저는 맛있는 음식을 접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기에.. 먹어보지 못한 한국음식에 관심이 많아요. (웃음) 한국의 음식문화라고 할까요? 저는 안동찜닭을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일본의 친구들, 지인들 또는 (유학비자로 온) 일본미대생들이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면서 늘상 얘기하던 것이 (안동에 놀러갔다가) 안동찜닭을 먹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데.. 저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어요. 안동도 수차례 간 적이 있었는데 갈 때 마다 왜 먹어보지 않았는지 의문이예요. 그것 외에도 한국음식에 대해서는 청국장, 김치 등 항상 관심이 많아요.
현) 대구 KBS '도시탐험대' 진행자로 출연 중인 우에스기 마유 씨.
6. 최근엔 (지역) 공중파 방송에서도 선생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계기는 2006년에 대구 KBS ‘토요 아침 마당’이라는 프로그램에 우연찮게 출연한 것이었어요. 영남대학교 국제 교류원으로 부터 청국장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저 역시 청국장을 만들거나 먹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요청을 수락하게 되었어요. 당시 대구지역에 외국인은 요즘처럼 많지도 않았고, 특히 청국장을 좋아하는 외국인은 더더욱 찾기가 쉽지 않았기에 그러한 기회는 저에게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7. 마유 선생님과 같이 한 가정 내에 국적이 다른 구성원, 즉 다문화가정이 한국내에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에서 생활하고자 이제 막 입국한 외국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매사에 늘 자신있고 밝은 모습으로 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국과 모국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이 한국인의 정(情)을 빨리 느끼고, 알아가고, 사랑한다면, 어려워도 힘들 때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무한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특히 자신의 마음을 열고 많은 분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거라고 봐요.
8.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야 하고, 박사 학위 논문을 열심히 준비해서 졸업해야 하겠지요. 나이도 30대 후반이니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요. 그리고 일본 나고야가 제1고향이라면, 제2고향인 대구를 알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할 생각이예요. 요즘은 대구 KBS ‘도시탐험대’ 방송 출연 덕분에 대구를 알아가는 것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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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에스기 마유(上杉真由)
일본 나고야예술대학 미술학부 조각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졸업 (조소학 전공)
동 대학원 미술ㆍ디자인학과 박사 수료
현) 영남대학교 외국어 교육원 강사
일본 일전(日展) 회원 (조각)
대구 KBS '도시탐험대' 진행자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조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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