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세계 최대의 모터쇼 '오토 차이나 2010' 참관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습니다. 출국 전, 걱정을 많이 했어요. 중국은 자기 나라만의 자존심이 엄청 강해서 영어나 다른 나라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다고 들었거든요.
베이징 서두우 국제공항의 이정표에 써 있는 한글을 보고 좀 안심하기는 했지만, 그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입국 심사를 하면서, 분명히 대한민국 여권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한테 중국어로 묻는 것입니다. '난 중국인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밝혔더니, 입국 심사를 전담한 공안은 아주 천천히 중국어로 다시 물어보더군요. 세번째에야 영어를 하기는 했지만, 중국식 성조가 섞여있는 영어 또한 알아듣기 쉽지 않더라구요.
전람회장으로 가는 길에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사먹으려 해도, 전혀 영어는 통하지 않았어요. 대학생인 듯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제 짧은 영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어요. 제가 사 마신 음료수 캔에도, 코카콜라는 '可口可樂', 스프라이트는 '雪碧'라고 써있었어요. 코카콜라는 '커우커컬러', 스프라이트는 '쉐비'라고 읽더군요.
'빅맥'은 '巨无霸'이라 쓰고 '쯔우빠'라고 읽더더라구요. 명품 시계 메이커 '롤렉스'의 간판에는 '勞力士'라고 써있었어요.
하지만, '한류'라고 부르는 우리 나라의 문화가 슬슬 중국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 같더군요. 왕푸징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익숙한 모델이 옷가게에 붙어있더라구요. 가만히 보니 아이돌 그룹 '수퍼 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 이에요. 고개를 돌리니 우리에게도 익숙한 메이커 '베이직 하우스' 부스의 모델은 '윤은혜'가 있었습니다.
오토 차이나 2010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어요. 입구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현대 자동차의 현수막. 내친 김에 당장 현대 자동차 부스로 향했습니다.
규모도 외국 유명 자동차 회사 못지 않습니다. 현대 자동차에서 야심차게 중국에 내놓은 '베르나'앞에 서있는 모델은 애초에 한국인을 기용했어요.
잠시 쉬러 행사장 밖에 나갔습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전화를 하고 있는데... 삼성, LG 등 한국 휴대폰도 제법 많습니다. 예쁜 중국 여성 한 분이 자신의 LG 휴대폰을 들고 포즈를 취해줬어요.
전시회를 살펴본 후 베이징 CCTV 근처로 다가가니 익숙한 마크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화려한 건물은 SK 그룹의 빌딩입니다. 그룹의 마크 '행복 날개'가 보이시죠?
제 숙소 근처로 접근하니 '우리은행'까지 진출해 있어요. 현지 유학생의 말을 들어보니 제가 묵던 'Fraser Suite' 근처의 왕징 거리에는 한국계 기업들의 지사들이 모이면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단지가 아예 생겼다고 합니다. 저도 한국 사람인데, 가보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일단 늦은 점심부터 해결하려, 중국 곳곳에 체인점까지 있다는 한국 식당 '강산에'로 향했습니다. '愛江山'이라고 적혀 있지만, 간판 오른쪽 구석에 '강산에'라고 조그마하게 적혀 있어요. 입구에서 중국 전통 악기로 공연을 하는 것이 참 언발란스 하기는 했지만서도, 식당 음식은 철저한 한국 음식이었습니다. 갈비찜을 시켰는데, 들깨와 함께 무쳐낸 고사리 나물과 김치 등 다양한 찬들과 메인 메뉴 갈비찜까지 한국 음식과 똑같더군요. 한국말을 하는 종업원한테 물어보니 식당 손님의 80% 이상은 중국 사람이라네요.
식사를 끝내고 왕징 거리를 돌아보니, 이건 뭐 한국과 다른게 하나도 없어요. 태권도장에, 향수병을 자극하는 '고향산천'이라는 식당 메뉴에는 '홍어 삼합'까지 있습니다. 항공사의 한글 간판이 보이시죠?
설렁탕에 '소래 포구'라는 횟집, 한국식 화로구이 가게까지 있어요.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아방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논술 학원'까지 있어요.
경상도 느낌 팍팍 나는 '무봤나 치킨'에 한약방, '신청 Golf'... 그야말로 한국 어느 구석의 아파트 상가나 별 다를게 없어요.
왕징 거리 부근에서는 굳이 중국어를 몰라도 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국인들과 한국 상점도 많고, 가끔 한국어도 통할 정도라고 합니다.
게다가 장나라, 수퍼 주니어 등 한국 스타들과 한국 드라마, 한국 음악들이 엄청 많이 들어있다고 해요. 실제로 오토 차이나 2010에서도 부스에서 한국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관광사업이 이유기는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 사람들도 매해 늘고 있다네요?
앞으로 외국에서 한국의 위치가 더욱 격상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알고,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을 때 당당히 한국어로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크고도 작은 소망을 피력하며 중국 여행기를 끝내려 합니다.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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