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본적으로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또 원리 원칙 주의자는 아니에요. 제가 지난 번 포스팅 ‘이런 '잉여돋는' 글과 '짤방'이 '레알' 이해 가세요?’에서 밝힌 것 처럼,
언어는 꾸준히 변하니까요. 물론 유행어나 속어, 인터넷 용어들이 일상 생활에 무분별하게 널리 퍼지는 것, 저도 강력히 반대하는 바입니다만.
그러나 그런 말들도 시기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이런 말들도
‘그 시대의 언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특히 그것은 노랫말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물론 우리말로만 쓰인 노래들도 충분히 좋겠지만요.
속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제는 흘러간 그룹 ‘015B’에서 윤종신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텅빈 거리에서>의 ‘동전 두 개’라는 가사처럼, 적절하게 쓰인 비표준 언어들은 절묘하게 상황을 나타나는 단어들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늘 유쾌한 듀엣 ‘노라조’의 <카레>는 여러 가지 인터넷 용어와 뜻 모를 외국어가 모여 제대로 흥을 돋구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디 한 번, 노래를 들어볼까요?
노랗고 매콤하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타지마할
양파넣고 감자넣고 소고기는 넣지않아 나마스떼
아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 맛은
왼손으로 비비지말고 오른손으로 돌려먹어라 롸잇 나우
바삭바삭 치킨 카레도 바쁘다면 즉석 카레도 오 땡큐 땡큐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좋아) 완전 좋아 아 레알 좋아 (좋아)
샨티 샨티 요가 화이야 (좋아) 핫 뜨거운 카레가 좋아
인도 인도 인도 사이다
순한 맛 매콤한 맛 인도에도 없는 이 맛 타지마할
찍어먹고 비벼먹고 그릇까지 핥아먹자 나마스떼
아아 남녀노소 개나소나 반해버린 이 맛은
뜨거워진 후라이팬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거라 (예 쉐프)
바삭바삭 치킨 카레도 바쁘다면 즉석 카레도 오 땡큐 땡큐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좋아) 완전 좋아 아 레알 좋아 (좋아)
샨티 샨티 요가 화이야 (좋아) 핫 뜨거운 카레가 좋아
짭쪼름한 단무지에도 3년 묵은 묵은지에도 오 쌩유 쌩유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좋아) 완전 좋아 아 레알 좋아 (좋아)
샨티 샨티 요가 화이야 (좋아) 핫 뜨거운 카레가 좋아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좋아) 완전 좋아 아 레알 좋아 (좋아)
샨티 샨티 요가 화이야 (좋아) 핫 뜨거운 카레가 좋아
인도 인도 인도사이다
ㅋㅋㅋ 볼 때마다 저는 왜이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심각한 재판정, 살벌한 분위기...
칼에 찔려 죽어가는 주인공 여자를 안은 남자의 외침으로 1분 40초 조금 넘어 노래는 시작됩니다.
‘칼에~ 칼에 찔려 죽다니... 카레~~~’
‘노라조’의 <카레>는 철저히 재미만을 추구한 가사를 가진 노래입니다. 먼저, 외국어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뻔한 말들은 일단 젖혀두고, 힌디어 네 개가 눈에 들어오네요?
ropa420kr @ http://kr.blog.yahoo.com/ropa420kr
‘타지마할’은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도시 ‘아그라’에 있는,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끔찍히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해 야무나 강 옆에 세운 무덤입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죠.
‘나마스떼’는 ‘그대안의 신에게 경배를’이라는 힌디어로,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건강하세요, 다시 만나요’ 등 인도인들의 일반적인 안부 인사로 널리 사용하는 말입니다.
‘샨티’는 ‘노래나 추임새를 나타내는 불어'라고 많이들 알고 있지만, 힌디어로는 ‘마음의 평화’나 ‘정적’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카레>에서는 역시 인도 분위기를 내기 위한 감탄사로 쓰였겠죠?
이 노래에서 ‘타지마할’과 ‘나마스떼’는 그 의미와는 아무 상관 없이, 단지 ‘카레가 인도에서 왔다’는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만 사용한 말입니다.
‘요가 화이야’는 왜 넘어가냐고요? ㅋㅋ 이건 더 엉뚱해요. ‘Street Fighter’라는 대전 게임에서 나오는 인도의 요기 ‘달심’의 기술 이름이 ‘Yoga Fire~’거든요. 이것을 ‘샨티 샨티 카레카레야’의 운율에 맞게 약간 고친거죠.
2절의 ‘예 쉐프’는 ‘뜨거워진 후라이팬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거라’ 대목을 '묵상(?)'하시면 답이 나옵니다. 한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파스타’에서 공효진이 이선균의 질문이나 부름에 대답할 때 늘 외치는 말이 있죠? ‘예~ 쉐프~~~’
‘레알’ 같은 말은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사실 ‘인도 인도 인도사이다’ 하는 부분은 여러가지 말들이 많은데... 저는 전혀 감이 안잡히네요. =)
‘저질스러운 말장난이다’, ‘우리 나라의 언어를 해치고 있다’라는 표현에 제가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노라조’가 이 노래를 만든 목적이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카레>는 정말로 유쾌한 언어유희 대중가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말로 쓰인 가사를 평소엔 많이 듣지만, 사람이 한 가지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다만, 일상 대화에서 저런 말을 남발한다면 그건 좀 아니겠죠? 온한글 블로그 오시는 분들 중 그런 사람들은 설마 없으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그럼 다들, ‘나마스떼’~ (나마스떼는 이럴 때 쓰는겁니다. =) 다들 점심으로 카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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