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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20개월간의 군 생활, 우리 말까지 잊으면 안돼요!!

특별한 문제 없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곳, 그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입영 열차 안에서’ 가사에서는 3년, 제가 군생활 할 때엔 24개월, 지금은 20개월... 짧다면 짧지만 엄청 긴 이 시간들을 남자들만 모인 폐쇄적인 집단에서 보내야 하는거죠. 

이곳에서 남자들은 그들의 습관과 식성 등등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뀌어 전역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생각까지 싹 바뀌어서 나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가장 심한 것이 바로 ‘언어 습관’입니다. 

휴가 나와서 집에서 ‘통신보안 이병 김말똥입니다!’라며 전화를 받을 정도로, 2년 남짓하는 세월동안 몸에 밴 습관은 정말 무서운거죠. 오죽하면 남자들 사이에서 군대꿈 한번 안 꾸는 사람 없다죠? 저만 해도 다른 친구들에게는 그냥 ‘말똥아, 갑돌아’ 잘 부르다가도, 군대에서 만난 동갑내기 선임이자 학교 동기 ‘주효진’에게는 ‘주병장님 학생식당 지겨운데 나가서 먹지 말입니다’ 라며 군대 말씨를 쓰곤 했으니까요.


가장 심각한 것은 속칭 ‘군대 용어’입니다. 워낙 폐쇄적인 집단인 만큼, 은어나 잘못된 외래어 등도 잘 바뀌지가 않습니다. 어디 한 번, 대표적인 말을 한 번 알아볼까요? 

야 김말똥. 애들 쪼인튼좀 그만 까!!

“야 김말똥! 너 임마 병장 된 기념으로 애들 쪼인트좀 그만 까라!”

‘쪼인트’라는건 바로 관절을 나타내는 영어 ‘Joint’를 ‘콩글리쉬로 읽은 것입니다. 보통 발목이나 앞종아리 등을 전투화 앞굽으로 세게 차는 것을 ‘쪼인트 깐다’라고 말하죠. 앞으로는 ‘종아리를 찬다’라고 표현하세요.... 가 아니고!!! ‘쪼인트’라는 말과 함께 이런 부당한 폭행은 없어져야겠죠!!


“자 2내무실, 총기 수입 검사 집합!!!”


한국 사병들이 사용하는 K2는 국산인데, 도대체 뭘 수입한다는겁니까!!! ‘수입’이라는 말은 어떤 것들을 깨끗히 닦는다는 말로,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닦아낸다’는 뜻의 ‘Sweep’을 콩글리쉬화 시켰다는 말이 있고, ‘手入れ’이라는 일본어가 기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총기 닦아라~’ 하고 말하던가, ‘총기 소제해라~’ 라고 말해도 충분한데, 굳이 저런 말을 쓴다는건...

삽은 가끔 요렇게 쓰이기도 합니다 ㅋㅋ


“김상병!~ 애들 데리고 여기 나라시 좀 해라!”


‘나라시’(均し(ならし))라는 말은 ‘균일하게 한다’는 말의 일본어입니다. 보통 군대에서는 땅을 평평하게 고르라는 말이죠. 아! 사회에서는 총알택시를 나라시라고도 하더군요. 그냥 ‘평탄화 작업’이라고 해도 될텐데 말이죠.

넉가래를 단까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여기 장작은 그냥 못나르겠네? 막내야! 단까좀 가져온나!!”


단까는 보통 짐을 나르기 위한 들것을 가르키는 말로 군대에서 많이 씁니다. 일본군에서 훈련 받은 사람들이 그대로 한국군으로 흡수되면서 생긴 외래어 같습니다. ‘총기 다이’나 ‘엑스 반도’ 등도 모두 일본어의 잔재죠. ‘총기 거치대’, ‘엑스 밴드’로 바르게 부르면 훨씬 좋을텐데 말이죠. 

‘군대를 갔다 와야 진짜 남자!!’, ‘국방의 의무’같은 말 하지 맙시다. 다들 압니다. 그래도 엄연히 짜증나는건 사실이에요. 가뜩이나 끔찍했던 2년... 말투까지 군대화 돼서 딱딱해지고 비속어까지 막 튀어나오는 것도 서러운데, 정체 불명의 군대식 용어까지 입에 배게 되면, 팔팔한 젊은이 ‘예비역 노땅’ 취급 받는거 시간문제입니다. 남자들의 ‘잃어버린 20개월’... 우리말까지 잊게 하진 않았으면 해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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