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광경
지난 10월 6일, 오랜만에 구글 코리아의 기자간담회에 초청을 받아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늘 사용자들이 놀랄 만한 획기적 기능들을 선보였던 구글의 기자간담회. 이번에도 역시 절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이번에 구글이 발표한 것은 ‘순간검색’의 한국 런칭이었습니다.
“너는 이미 죽어있다”
1990년대에 한참 인기를 끌었으며, 인터넷 발달 후 패러디로 더욱 유명세를 탄 일본 만화의 대사죠?
’순간검색’. 이 만화의 대사처럼,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는 순간 원하는 결과를 모두 검색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검색어 옆에는 추천 연관검색어가 회색으로 나타나고, 아랫쪽 드롭다운 텍스트 메뉴에는 또다른 추천 검색어들이 표시됩니다. 추천 검색어는 굳이 마우스에 손을 대지 않고도 방향키만으로 슥슥슥 오갈 수 있죠. 연관 검색어를 계속 확장하고 싶으시면 [Tab] 키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한글날'로 검색한 결과
어쨌거나 저쨌거나, 구글 ‘순간검색’은 비 알파벳 문화권에서는 가장 먼저 한국에 런칭했다고 합니다. 한국이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들의 런칭에 있어서는 여러모로 불리해요. 특히 애플같은 경우, 한국은 항상 ‘출시 2순위’에 머물기 일쑤니까요. 그런데, 왜 검색 사업 전세계 최고인 구글이 비 알파벳 문화권 최초로 한국에 ‘순간검색’ 서비스를 런칭한걸까요?
일본어 입력기로 글자를 입력하는 모습
그 이유는 바로 ‘한글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언어에 우열을 매기는 것이 사실 큰 의미는 없지만 아시아의 대표언어라면, 한글과 중국어, 일본어를 꼽을 수 있겠죠? 그런데, 구글 순간검색을 빠르게 적용하기에 중국어와 일본어는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구글이 미국 회사인 이상, 기본적으로 알파벳을 염두에 둔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구글의 신기술을 서비스할 때는 알파벳 기반으로 설계한 서비스를 포팅하는 것이 가장 빠른 수순일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어와 일본어는 알파벳처럼 타타타탁 텍스트를 치는대로 단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몇가지 발음을 조합으로 문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순간검색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는 무리가 있거든요. 이에 비해 한글은 자음이 앞에 받침으로 붙을지, 뒷글자의 형태소로 새로 시작할지, 또는 쌍자음인지 판단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중국어나 일본어에 비해 비교적 하나의 단어를 만들기가 쉬운 편입니다.
이날 화상 채팅으로 기술적인 설명을 맡았던 구글 책임 엔지니어 벤 곰스(Ben Gomes)는 “한글의 뛰어난 언어적 구조와, 한국의 발전한 인터넷 환경 덕에 순간검색을 빠르게 런칭할 수 있었다”며 한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구글 코리아의 최원준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 모든게 세종대왕님 덕’이라는 멘트까지 남길 정도였어요. 순간검색 발표 전날 런칭한 구글의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 역시, 한글의 과학적인 구조 덕분에, 다른 비 알파벳 출신 언어들보다 훨씬 빨리 한국에 런칭할 수 있었다고 해요.
앞서 말했듯 언어에 지위고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외국인들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으쓱해 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 구글 순간검색은 아직 한국의 사용자 모두가 사용하실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웹 브라우저나 접속 시간 등, 일단은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조금씩 범위가 넓어져 금방 적용될 것이라 하고요. 구글 순간검색을 한시라도 빨리 사용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http://www.google.com/’에 접속하신 후, ‘Google.com in English’를 클릭하시면 즉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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