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이 개관 87일때 입장객 3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으셨나요?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은 역대 엑스포 중 가장 큰 규모로 지어졌으며, 한류의 바람을 타고 전시 관람객이 늘어서 전시관 1층에는 ‘대기시간 3시간’이란 표지판까지 나 붙을 정도라고 합니다.
“볼만하다”라는 소문이 자자한데는 바로 한국관의 특이한 조형, 즉 한글의 자모를 형상화한 건축
설계가 한 몫을 합니다.
한국관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기보다는 아이디어가 좋기 때문입나다.
평면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한글이 변형되어 트임과 막힘, 꺾인 돌출부가 있는 하얀 면과
알록달록 크레용으로 그린 듯한 한글 타일은 단순하면서도 조화롭고 지나치지 않는 화려함도 함께
보여주고 있어요.
내벽 크레용 느낌의 타일은 바로 강익중 님의 알록달록 한글 타일입니다. 약 4만개 정도나 부착이
되어있고 색깔도 형형색색입니다. 밤이 되면 벽면 뒤에 박혀있는 LED 조명이 켜지면서 벽면은
공중부양한 듯 떠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다채로우면서도 한국관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풍경이 장관입니다.
그런데 위에 타일로 박힌 강익중님의 글을 보면,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짱 사진
각도는 사십오도가 아니라 십팔도라고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평범한 일상이
묻어나는 글이 아닐 수 없어요. 이것을 언어의 놀이라고 가볍게 규정할 수는 없으나,
작가의 진지한 위트가 신선합니다.
같은 시각 우리나라에서도 강익중님의 한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지난주 막을 내린
광화문 근처 성곡미술관 <언어놀이>전시에서 였습니다. 시각예술에서의 언어의 의미를 찾고자
기획된 <한글 놀이>전시에는 백남준, 안상수, 강익중님을 비롯하여 오인환, 노주환, 박우혁, 홍승혜,
박이소 작가의 전시가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강익중의 'Things I know' 인데요, 바로 저 한국관 내벽의 글귀과 같은 것이네요.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 '공항에서는 누구나 이방인이다'라던지 '그늘 아래 낮잠이 제일 고소하다'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는데 읽다보면 공감도 가고 우습기도 합니다. 작가의 유머와 해학이 보입니다.
강익중, 조민석 작가의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모형'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어요.
바로 지금 상하이에 설치된 모양 그대로겠죠? 저는 직접 상하이에 가볼수가 없어서 이렇게 전시작에
비치된 모형을 보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웅장한 실제 건축물과 달리 아기자기한 한글로
이루어진 축소판의 모형이 귀엽네요.
오인환 작가의 '컨텐츠 공' 영상 작품은 시트지를 뜯는 소리가 들리는 것부터가 조금 독특했는데요, 2001년부터 3년에 한번씩 게이 커뮤니티에 관현된 글을 시트지로 붙이고, 그것을 떼어 공으로
만드는 것인데요, 해가 지날수록 컨텐츠 공은 점점 커져가는 것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작업 방식이네요.
안상수님의 작품은 실사로 된 액자인데 마치 문을 열고 선생님의 연구실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요. 들어가서 안상수님과 얘기나누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언어 놀이처럼 무심코보면 장난스럽게도 보이는 위 작품들은 사실 시각적으로 특이하거나 많은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텍스트의 힘,
특히나 한글의 힘이 아닐까요?
<언어놀이> 전시 도록에서-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 상황을 이야기할 때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철학, 언어학, 사회학, 역사학의 담론들을 일일이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술이 시각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대신 문자, 텍스트를 도입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온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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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서양미술여행,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kymee?Redirect=Log&logNo=40108930764
상하이에서 만난 강익중 http://blog.naver.com/dkjus5486?Redirect=Log&logNo=7008684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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