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온한글이 만난 사람

[인터뷰]<건방진 우리말 달인>의 저자 -엄민용

 

한국인들이 우리말과 글을 잘못 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고 주로 틀리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 20여 년 간 일간지 교열기자로 일해온 현장경험담을 <건방진 우리말 달인>이라는 책에 생생하게 담은 엄민용 기자(스포츠칸 생활문화부)라면 그 해답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국어교과서 등 우리말글살이의 기준이 되어야 할 책들 속에서도 잘못된 점들을 찾아내 바로잡아온 우리말 달인으로서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의 머리 부분인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라는 글에서 재미를 위한 도구로 반말을 사용했다고 밝히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말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하던 것이 바로 ‘너무 재미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딱딱한 문장에 난해한 설명이 국어 공부를 방해하는 걸림돌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반말 투로 글을 써서 중학교 다니는 아들에게 읽혀 보았더니, 무척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공부는 놀이이어야지 노동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책들도 지금보다 재미있게 꾸며져야 우리말글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방진 우리말 달인>이라는 책의 제목을 통해 화자인 ‘우달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의도하신 바는 무엇인가요?

‘우달이’는 정말 우리말 달인이 되고픈 제 꿈입니다. 아울러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말 달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아직 우리말 달인이 됐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도 ‘열공’ 중입니다. 사실 우리말 공부에 끝이 어디 있겠습니까. 방금 제가 말한 ‘열공’이란 말이 표준어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 ‘열공’ 따위 말이 우리말을 훼손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등의 논쟁은 끊임없이 벌어질 것입니다. 공부하고 익혀야 하는 것이 계속 생기는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론사에서 20여 년 간 교열기자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언론사나 출판사에서 일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말글에 대한 자료와 실제에 대해 특별히 더 파고드신 이유가 있었나요?

교열기자 대부분은 생활국어와 우리말 관련 규정들의 괴리로 인해 마음고생을 합니다. 언중이 널리 쓰고 우리말법에도 어긋나지 않아 표준어로 대접받기에 충분한 말인데도 사전들이 사투리 등으로 묶어 놓은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말들로 인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그런 말들을 표준어로 삼을 만한 근거를 찾기에 몰두하면서 자연스레 생활국어를 좀 더 깊이 공부하게 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말 관련서의 오류를 찾아낸 공으로 한국어문상 대상을 두 차례나 받았는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중학교 교과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물의 설명문 등에서 찾아낸 오류들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표준국어대사전>은 현재 엉망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초판 2쇄(2000년 3월 20일)의 경우 ‘부정확’ ‘부도덕’의 ‘부(不)’가 접미사로 올라 있는 것을 비롯해 진부령의 길이가 고작 520m로 설명돼 있습니다. 논개는 진주성이 함락되기 1년 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돼 있고요. ‘뇌졸중’을 ‘뇌졸증’으로, ‘뜨개질’을 ‘뜨게질’로, ‘少林寺’를 ‘小林寺’로 적어 놓기도 했습니다.
 당시 외부의 압력에 의해 예정보다 앞당겨져 출판되기는 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사전으로는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당시 국어교과서에는 ‘평안감사’가 ‘평양감사’로, ‘아뿔싸’가 ‘아뿔사’로 올라 있는 등 단순 오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국어교과서가 모범으로 삼는 ‘교과서 편수자료’와 국립국어원의 띄어쓰기 규정 등이 엇갈리는 점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국립국어원의 위상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높여 정부 부처의 국어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어사전과 교과서가 다른 길로 가고, 산업자원부(지금의 기술경제부)가 자기들 마음대로 화학원소 이름을 바꾸는 일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당시 개관을 한 달 조금 넘게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설명문에는 오자와 탈자는 물론 비문이 수두룩했습니다.
 특히 손기정 선수의 출생연도가 1934년(1936년에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땀)으로 표기돼 있는가 하면 성종 임금의 월산대군을 아들로 적어 놓는 등 사실적 오류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런 것들을 개관 전에 제대로 잡은 일은 지금도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늘 쓰는 말임에도 언중이 우리말을 잘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말을 홀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국어 실력보다 영어 실력을 우선하는 것이 지금의 풍토이니까요. 국민의 언어 씀씀이를 무시한 국어 정책도 문제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별로 쓸 일도 없는‘툇간’ 같은 말에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도록 하면서 자주 쓰는 ‘홧병’을 ‘화병’으로 쓰도록 고집하는 처사는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특히 언중이 의미에 따라 구분해 가며 많이 쓰는 ‘나래’ ‘내음’ 등의 말은 어서 표준어로 삼아야 합니다.
 표준어를 정하는 주체는 학자가 아니라 언중이어야 합니다. 국민들 역시 우리말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우리말 공부에 마음을 쓰고, 외래어 남발을 자제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우리말을 정확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구나 잘못 알고 있는 우리말 상식의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진짜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동물 이름에서 ‘망둥어’나 ‘청서’를 쓰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동물은 없습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창란젓이나 돋나물․비듬나물 등도 바른말이 아닙니다. 이런 단순한 낱말의 문제뿐 아니라 어른께 ‘수고하세요’라고 말하는 등 표현에서도 잘못을 저지르기 일쑤입니다. ‘수고하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써서는 안 되는 말이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 우리말에 대한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우리말에 대해 공부하려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말이 원래 어렵습니다. 여기에다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미흡한 점이 많아 우리말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시옷의 규정과 예외, 이모음역행동화 규정과 예외, ㅎ곡용어의 문제 등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서 보완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말글을 다룬 책이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책은 사전을 뒤져 가며 용어에 대한 의미부터 파악해야 비로소 읽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말 관련 책은 어떤 책보다 쉽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려운 우리말을 좀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방진 우리말 달인>이 기존의 우리말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다른 책에 비해 특별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반말 투로 글을 쓰면서 조금은 재미있게 우리말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여기에다 제가 20년 가까이 교열을 하면서 익힌 ‘쉽게 외우는 법’을 더해 놓았을 뿐입니다.

 확실히 다른 점이라면, ‘이런 말은 비표준어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이런 말은 표준어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는 논리를 펴는 데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규 국립국어원 원장님으로부터 ‘칭찬’을 듣기도 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책을 내신 보람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많은 독자가 우리말에 대한 궁금증을 메일로 물어오고, 그에 대해 답변해 주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을 ‘작은 우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제 책을 늘 옆에 끼고 다니겠다는 독자도 있고요. 또 교보문고와 옥션 등 인터넷서점 국어 분야에서 꾸준히 상위에 올라 있으니 나름대로 성과도 올린 셈이죠.

 우리말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는 분은 언제든 ‘우달이’를 찾아 주세요. 네이버와 예스24 블로그에 <건방진 우리말 달인>에 담지 못한 많은 자료를 올려놓았습니다. 메일(margeul@hanmail.net)을 보내 주시면 쉽고 자세하게 설명도 해드립니다.

 

 

 

 



 ⓒ 윤디자인연구소 온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