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다녔어요.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하는 재미로 성당에 다녔지만 차츰 조금씩 가톨릭의 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정말 '종교'라는 것을 조금씩 믿기 시작했답니다. 막연히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 같은 성서 구절을 외우고 다녔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고 성당에 오래 다니면서부터는 지하철이나 화장실(?) 등에서 조금씩 성서도 읽어가며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이어나갔답니다.
출처: fastinate @ www.flickr.com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성당에서는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줬는데, 개신교 교회에서는 햄버거를 줬거든요. 물론 금방 다시 마음을 돌려 성당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지만, 한 2개월은 꾸준히 개신교 교회를 나갔어요. 물론 예식도 몇 가지 다르고, 고해성사나 성체성사 등 의식도 많은 부분 다르게 됐지만, 제일 많이 다른 것은 '성서' 그 자체였어요.
공동번역성서에서, 마르코복음 2장 23절부터 28절까지...
이 부분은 가톨릭의 성서 중 '마르코 복음'의 2장 23절부터 28절까지의 내용입니다. 예수가 '아무 일도 해서는 안되는'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먹어 공격을 받는 부분이죠. 그런데, 이 부분을 개신교의 성서로 보니 너무 생소했어요. 아무리 종교개혁 시절에 갈라선 '다른 종교'라지만… 근원은 같은 성서 내용이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개역개정판 마가복음 2장 23장부터 28절까지...
그 이유는 바로, 성서의 번역에 대한 차이때문이랍니다. 기본적으로 개신교는 '성서'를 제일 우선으로 하는 그리스도교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히브리어나 라틴어로 되어있는 성서를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서 개신교의 각 분파에 따라 해석의 차이를 보이게 되고, 급기야는 서로 다른 번역본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가톨릭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의 성서 46권 중 토비트, 유딧, 지혜서, 집회서, 바룩, 마카베오 상하권… 총 7권을 '외경'이라 부르며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톨릭의 성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특히, 개신교의 성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 번 번역을 하고 중간 구절을 고치는 일이 쉽지 않았나봅니다. 수십개의 교파의 의견을 하나로 합쳐 번역을 수정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다보니 말투 자체가 아무래도 옛날 톤을 유지하고 있는거죠. '~ 가로되', '~하나이까', '~하시니라' 등 문어체 우리말을 개신교 성서에는 자주 볼 수 있답니다.
단편 영화 '십분간 휴식' 장면 캡처
물론 우리나라도 1966년에 가톨릭 사제와 목사님이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편찬해 지금도 가톨릭에서는 쓰고 있지만, 개신교에서는 이 성서를 쓰는 곳이 아마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특정 종교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개신교 성서도 보다 읽기 편한 요즘 한글로 번역되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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