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
˙ Yale University CT, USA, MFA 졸업
˙ IDAS, Digital Media Design과 교수
혹자들은 말합니다. '중독은 지독하다'라고...
한 번 중독되면 절대 그 대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말입니다.
중독된 사람은 사랑에 빠진 사람과 종종 비교 되기도 합니다.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 대상만 매직아이처럼 도드라져 보인다거나 열병을 앓게 하는 뜨거운 애정 등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중독은 강렬한 만큼 그 파급력도 큽니다. 대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에너지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도 합니다. 대상을 탐구하고 해체와 조합, 변형 등을 통해 그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대상의 바라봄 중심이 타이포그래피라고 말하는 그는 누가 봐도 중독 상태인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도 당당하게 타이포그래피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는 사람 바로 IDAS의 김보연 교수입니다.
과연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중독된 자의 눈으로 바라 본 타이포그래피는 어떻게 보일까요?
~yoohoo digital painting
2008 RISD Alumni Show Lavazza Club, Seoul Korea
ㄱ_깜빡깜빡
ㄴ_나긋나긋
ㄷ_두둥실, 득실득실, 또렷또렷
ㄹ_략략 (북한어)
moran re-defined digital painting
ㅁ_몰랑몰랑, 뭉텅뭉텅, 뭉실뭉실
ㅂ_부리부리, 바락바락, 바르르, 뽀르르
ㅅ_생긋생긋, 사뿐사뿐
ㅇ_아장아장, 알락달락, 억실억실, 엄벙덤벙, 오들오들
Namsan layered Design Cube exhibition
Designed by B to Y Project Boyeun Kim & Yoona Sun
ㅈ_쭉쭉, 좍, 좔좔, 쨍쨍
ㅊ_착착
ㅋ_콩콩, 쿡쿡, 큼직큼직
ㅌ_탈탈, 투실투싵
ㅍ_푸릇푸릇, 팔랑팔랑
ㅎ_활활, 훌훌, 훨훨, 휘휘
That flower series
Boyeun Kim Solo Exhibition
타이포그래피는 이미지다.
온한글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한글, 민화 등 동양적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보연 학위를 모두 외국에서 마쳤어요. 13년 정도 오랜 외국 생활 후 한국에 돌아오니 제 3자의 입장에서 한국 문화들이 새롭게 보이더라구요. 컨텐츠를 읽고, 쓰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던 한글이 이미지로 보이는 것 처럼요. 반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글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자국의 컨텐츠를 다듬고 상품화를 잘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많은 컨텐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들이 부족해요. 좋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익히고 현대화하기 보다 외국 흐름을 따라가거나 반대로 전통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작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작품을 위해 한글을 연구하면서 고유의 속성을 지키면서 현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이런 움직임이 많아 반갑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봐요. 그런 아쉬운 마음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온한글 '그 꽃', '2007년 9월17일 월요일 맑음' 같은 작품도 그런 시각에서 작업을 하신 건가요?
김보연 두 작품을 보면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을 해체 했어요. 이유는 한글이 읽히기 위한 수단이 아닌 보여지는 이미지라는 인식을 관객에게 알리고 싶어 강제적으로 해체를 시킨 거에요. 그 의도가 적중해서 관객들은 한글인걸 몰랐죠. 선으로 이어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한글로 되어 있는, 많은 분들이 한글이기 때문에 값어치가 있는데 너무 숨겼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2007년 9월 17일 월요일 맑음'은 저희 시아버님 서체를 이용했어요. 손글씨의 떨림이 좋아 아날로그적인 걸 디지털라이징화 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That flower series
2006 Boyeun Kim Solo Exhibit
한글은 원석이다.
온한글 작품 활동 외 CI 작업, 북디자인에서 주로 한글 등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하시던데,
한글이 교수님께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보연 저에게 한글은 원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100%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알파벳은 많은 나라에 쓰이기도 하지만 나열식 문자라 디지털라이즈를 이용한 작업이 쉽고 편해요. 그래서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죠.
그에반해 세계가 인정한 과학적인 한글은 조합의 조형미 때문에 변화의 폭이 크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열식 영어와 달리 조합식이고 경제성을 가진 한글의 조형미에 굉장히 놀랐거든요. 하지만 그와 관련한 작업들은 미미한 거 같습니다.
온한글 현재 강의중인 IDAS(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에서 하시는 강의와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보연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스튜디오 과정 3을 강의하고 있어요. 학과의 가장 큰 특징인 인터렉션 컨셉과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자기의 작업을 이끌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를 많이 다뤄요. 키네틱 타이포그래픽, 모션그래픽 등 이미지를 빼고 타이포그래피 자체로 컨텐츠를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에요.
학생들에게 타이포그래피의 디테일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합니다. 디테일은 다른말로 완성도거든요. 기획이 좋고 컨텐츠가 훌륭해도 관객과의 인터페이스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단계인 타이포그래피가 어긋나면 그 결과물은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의 전서 Book design 2005
Hyunjoon Yoo Architects(좌),Anna hong Design(우) Ci design
예술은 일상의 응축이다.
온한글 코미디 프로그램 자막을 이용한다던지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을 작품 소재로 삼으시던데요.
김보연 시작점과 끝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가 쌓여야 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어느 것도 하찮지 않고 내재된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요소들을 꺼내서 해체와 조합, 겹을 통해 일상 속에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피도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온한글 Painting Tool을 만들어서 작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김보연 제가 디자인과 패턴을 정하면, 그것을 프로그래밍 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코딩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만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잭슨 폴락의 작품처럼 우연성이 크게 작용하는 작업이에요. 똑같은 작품을 만들 수 없어요. 꼭 인생 같죠?
어려운 점이라면 패턴의 작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이즈가 되야 느낌을 살릴 수 있는데 디지털라이징의 한계 때문에 사이즈의 제약이 있어요. 프린트 할 때 이미지 깨짐도 있구요.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지인이나 여러 사람들을 통해 풀어나가며 하고 있습니다.
Beginning film
Triad New Media Gallery Opening Exhibition
타이포그래피에 중독되다.
온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갖고 계시네요.
김보연 타이포그래피에 중독되었다고 스스로도 생각해요. 모든 것을 볼 때 타이포그래피부터 눈에 들어오거든요. 명함 하나를 건네 받아도 행간, 자간 등 세밀하게 보게되고 왜 이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죠.
타이포그래피를 잘 이용한 책을 만나면 정말 행복해요. 그 책을 주변에 적극 권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런 책이 많지 않아요. 이 정도면 거의 중독 아닌가요?
온한글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궁금합니다.
김보연 관객들에게 타이포그래피가 가진 이미지성을 설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할거에요. '~유후'나 '풉틱' 같은 자막과 같은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이미지화 작업도 계속할 거구요. 제가 일상적인 이미지에서 뽑아낸 작업이고 결과와 프로세스가 맘에 들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내공이 쌓인다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완성도 높은 책도 쓰고 싶어요. 그렇지만 아직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풀어내야 될 비주얼적인 얘기들이 더 많아요. 자막이나 오래된 교과서의 글자 등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화려한 패턴 작업도 구상 중입니다.
예로 멀리서 보면 연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자막으로 이루어졌다든지 하는. 이런 작업을 통해 디자인적인 깊이를 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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