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표기를 위한 한글과 일본어 표기를 위한 히라가나.
두 문자는 모두 각자 언어를 표기하기 위한 표음문자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지만 다른 점도 많은 두 문자를 비교하기 전에 우선 두 언어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한국어
한국어는 크게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와 북조선에서 사용하는 조선어(문화어)로 나뉘어 불리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거주하는 교포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사용하고, 중국의 연변과 헤이룽강(흑룡강) 등지에 분포하는 조선족과 일본에서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를 조선 학교에 다닌 사람은 조선어를 사용합니다. (불행히도 일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교포는 1세대 이외에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어와 조선어를 구별하기 위한 칼럼이 아닌데다 이렇게 서로 나뉘어 불리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편의상 "한국어"로 통일하겠습니다.
한반도 및 주변 지역에서 사용되는 한국어는, 한반도가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다가 통일된 신라와 고려 그리고 조선으로 이어지며 형성됩니다. 신라가 한반도 남부를 통일하기 전에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의 말이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었는지 중국의 문헌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1
여기서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 말의 유사성을 살펴보려고 하는 것은 2편에서 다루게 될 일본어에 영향을 미친 백제와 고구려의 말과 신라 말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신라의) 언어는 백제의 통역이 있어야 (중국과) 통한다”
중국과 비교적 가까운 백제가 무역과 교류가 활발했는지, 신라 사람은 백제인의 통역으로 중국인과 대화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백제의) 언어와 복장은 대략 고려(고구려)와 같다.”
고구려가 건국 후 얼마 후에 고려로 국호를 바꾸는데 통일 신라 이후의 고려와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그 이전 고려를 고구려라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 및 일본 문헌에는 대부분 고려로 등장합니다. 2
백제와 고구려의 언어와 복장이 같은 이유를 여기서 잠깐 두 나라의 건국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고구려 시조 주몽은 북부여의 난을 피해 졸본 부여로 간다. 그곳에서 이미 아들이 둘 있는 미망인 소서노와 결혼하고 고구려를 건국하는데 소서노의 경제적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주몽이 부여에 있을 때 낳은 아들이 찾아와 그를 태자로 세우니, 소서노의 두 아들이 백 호(戶)의 주민을 데리고 내려와 한강 유역에 세운 나라가 백제라고 하는 유력한 설이 있다. 백제의 시조 온조왕은 소서노의 둘째 아들이다. 졸본 부여에 기틀을 마련한 고구려 그리고 그곳에서 내려와 세운 나라 백제의 지배 계층은 고구려와 같은 졸본 부여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인지 백제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어에는 고구려의 단어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또한, 신라와 고구려 말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 거칠부 열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라의 거칠부가 고구려의 가장 유명한 승려 혜량의 문하에 들어 설법을 들었는데 며칠 후에 혜량이 거칠부를 불러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때 혜량만이 거칠부가 신라 사람이란 걸 알았다. 이에 혜량은 "노승은 불민해도 능히 그대를 알아볼 수 있는데, 이 나라는 그대를 알아보는 자가 없다. 그대가 잡힐까 염려하여 은밀히 충고하니 빨리 돌아가라.” 하였다. 거칠부가 나중에 장군이 되어 백제의 동맹군과 고구려로 진격했을 때 혜량과 함께 서라벌로 돌아오니 진흥왕은 환대하여 승통으로 삼았다. 그 후 혜량은 불법(佛法) 포교를 비롯해 신라의 불교 발전에 공헌하게 된다.
이상에서 보이듯이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의 말은 통역이 없이도 소통이 자유로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알타이 어족
한국어의 어순은 주어(S) - 목적어(O) - 동사(V)로 알타이 어족(가설)에 속합니다.
이것은 일본어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어와 일본어가 속해 있는 어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러시아의 서시베리아와 몽골, 카자흐스탄과 중국에 접해있는 알타이산맥에서 유래한 "알타이"라는 말은 우랄 어족을 연구하던 핀란드의 문헌학자 마티아스 카스트렌에 의해 처음 붙여졌습니다.
카스트렌이 제안한 우랄알타이 어족에 대한 연구가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진행되었으며 한국에서도 과거 교과서에 "한국어는 우랄알타이 어족"이라고 명시되기도 했는데, 20세기 후반에는 언어학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퉁구스어·몽골어·투르크어로 이루어진 알타이 어족의 가설은 언어 사이의 연관성을 다음과 같이 나열하고 있습니다.
- 교착어이다.
- 모음조화가 있다. 또는 과거에 있었다.
- 두음법칙이 있어 어두에 특정 자음이 쓰이지 않는다.
- 부동사(converb)가 있다.
- 모음교체, 자음교체가 없다.
- 문법적 성(gender)이 없다.
- 대개 유기음이 없었다.
한편, 유라시아 어족 가설로는 퉁구스어·몽골어·투르크어와 별도로 한국어·일본어·아이누어를 하나의 어족으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3
이상에서 보이듯이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어족으로 언어 사이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2편 "일본어"에서는 일본어와 히라가나의 역사 그리고 고대 한국어와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같은 시기에 북쪽에 있던 발해는 200여 년간 존재했어도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정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언어적으로도 별 영향이 없을 것 같아서 제외한다. [본문으로]
- 3세기에 쓰인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고구려"로, 5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중원고구려비에는 "고려"로 표기되어 있다. [본문으로]
- 일본 북부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남부 등지에서 거주하는 아이누족이 사용하는 언어. "아이누"는 아이누어로 "인간"이란 뜻으로 문자는 없고 현재 일본어 가타카나와 알파벳으로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와 문자를 소개하는 옴니글롯(Omniglot)에 한글로 표기한 아이누어 소개 페이지(http://www.omniglot.com/writing/nuye.php)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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