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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6. 09:35


저는 요즘 사극 보는 재미에 삽니다. 될 수 있으면 ‘본방사수’를 지키려고 노력하니까요. 주말 저녁시간대에 집중됐던 TV 사극이, 트렌디 드라마가 차지해온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꿰차고 주중에 방송되고 있지요.

지난 7월 4일부터 SBS 월화극 <무사 백동수>가 첫선을 보였고, 이어 20일에는 KBS2 TV 수목극 <공주의 남자>가 방송되고 있어요. 25일에는 MBC <계백>이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요즘 방송되고 있는 사극은 출연진이 젊어졌어요. <무사 백동수>에는 KBS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로 주목받은 신예 지창욱과 ‘국민 남동생’으로지 불리는 유승호를 비롯한 20대 연기자들이 포진했으며, <공주의 남자>에도 박시후, 문채원, 홍수현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30대 이상이신 분들은 예전 MBC에서 방송했던 ‘조선왕조 오백년’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 시리즈를 비롯하여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왕 중심의 사극은 공중파 방송에서 거의 ‘싹쓸이’ 했다 싶을 만큼 그 소재가 고갈되었을 겁니다.

따라서 시대와 왕 혹은 영웅 위주의 이야기에서 탈피해 인물에 중점을 두고 극을 펼쳐 나가거나, 때론 천민들의 이야기를 그릴 만큼 그 소재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는 사극의 주 시청자층으로 꼽히는 중장년층 남성들뿐 아니라 젊은 층, 그 중 여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낳았지요.
 
짧은 구성에 현대적인 영상미를 갖춘 요즘의 사극을 두고 ‘퓨전 사극’이란 새로운 장르까지 탄생하였다고 애기합니다. 이 같은 ‘스타일리시 사극’은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는 듯하네요. 대사도 고어(古語)보다는 현대에 쓰는 말이 주를 이루기도 하고요.

배경과 복장만 과거일 뿐 대사나 인물, 구도, 영상미는 현대물에 버금갑니다. 아름다운 영상미로 주목을 받았던 MBC <다모>를 시작으로, KBS의 <추노>도 그 뒤를 이었고요, 최근엔 <무사 백동수>에서 전광렬과 최민수의 검술 대결 신에서 꽃잎이 날리는 가운데 주요 칼 동작에 슬로모션 기법을 도입하는 등 스타일에 신경을 쓴 화면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그럼 말투는 어떨까요? 아시다시피, 사극의 대화는 현시대의 것과는 매우 상이합니다. 그러다보니 사극을 보면서 정말 과거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대화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등장인물들이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도 의문입니다.

삼국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선 당연히 사투리가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일 듯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튼, 사극 톤을 듣고 있자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대화에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가 보는 관점에선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그런 식으로 한다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사극은 등장하는 소소한 것까지 모두 다 모든 방면의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을 거친 후에 만들고 방송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하여 어느 이상 수준의 각색을 넘어가면 방송도 못 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가서 확인을 해보지 않는 이상 똑같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겠지만, 왕실에 남아 있는 기록이나 옛 소설 등 그런 다양한 문헌들을 참고 해서 사극용 말투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아주 사소한 단어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런 것처럼, 그 시대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사극에서 그 시대의 대화를 그대로 쓴다면, 일반 시청자들은 아마 거의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사극을 시청하다 보면 사극의 재미를 위해서 예전에 쓰던 어휘를 그대로 써주는 장면도 보셨을 겁니다. 이런 경우 자막 등으로 설명이 나가게 되죠. 하지만 이런 부분이 많으면 어렵거나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편의 방송분에 많진 않더라고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한글 소설 원문을 공부해보셨지요? 그걸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이해하기 수월하셨나요? 만약 방송 사극이 이런 대사로 처리된다면 어떨까요? 아무튼, 재미를 위해서, 사극의 대사는 현대적으로 수정하거나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진]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

작년 초, 큰 인기를 몰았던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의 또 다른 재미는 극 중간 예상치 못한 최신 유행어를 찾아내는 일이기도 했었지요. 방송 중 “깨방정 떨다 큰코다친다라고 했지"라고 읊조리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공주의 남자>에선 김승유(박시후)가 살아남은 자신의 피붙이인 형수와 어린 조카를 유곽에 데려오면서 그곳 사람들에게 거처를 부탁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세령(문채원)이 찾아온 이력을 떠올리며 그에게 ‘작업’이라는 단어와 함께 ‘능력자’라고 호칭하는 장면도 있었어요. 

정말 그 시대에 '깨방정'이니, ‘작업’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며, 존재했다면 과연 지금 같은 의미로 쓰였을까요? 이 모두가 극 중 재미를 위해 삽입했겠지요. 

하지만 이런 현대적인 유행어를 두고 극 중 몰입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대사 속에서 적절히 녹아나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이 '깨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수위를 유지해줄뿐더러 도리어 '퓨전 사극'의 흥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지요.

MBC <계백> 중 한장면 

반대로, MBC <계백>은 사극의 진지함 보다는 코믹한 요소를 더 강조한 것 아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의견이 제기됐었어요. 9회분에서는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의 모습과 현대극 발성이 문제였습니다.

사극의 진지함과는 상반된 코믹한 모습이 드라마 몰입에 방해됐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의자에게 약을 파는 독개(윤다훈 분)가 극의 재미를 위해 현대극 말투를 사용했지만, 사극의 무게중심을 깼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졌고요.

특히 독개는 의자(조재현 분)의 총애하는 상인이라고 속이고 의자에게 다가가 "당나라와 무역을 하며 들여온 것인데 이 약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이라고 운을 떼며 특유의 능청스러운 약장사 말투를 선보였어요.

심지어 "누구신데 남의 영업을 방해하세요?" 혹은 함께 다니는 여인에게 “오빠가 말이야~”로 운울 떼는 대사들은 사극에서 들을 수 없는 말투와 톤이라 더욱 어색함을 자아냈네요. 제 생각엔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최근엔 극 중 사망하여 하차했지만) 임현식 씨와 대조를 이루는 듯합니다. 그간 사극에서 감초 코믹연기로 인기를 몰았던 그는 이번엔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죠.

역사적 인물의 매력적인 재해석에 현대적 감각이 가미된 사극을 통해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많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에 펼쳐지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발견하는 것도 즐겁고요. 그러나 사극은 사극입니다. 그 중심을 잃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사극 마니아로서 솔직한 바람이지 싶습니다.


[참고]
SBS <무사 백동수>는 조선 후기 박제가·이덕무와 함께 무예교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만든 협객 백동수의 이야기다. KBS <공주의 남자>는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일으킨 ‘계유정난(癸酉靖難)’을 배경으로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이 ‘금지된 사랑’을 했을 것이라는 가상의 내용을 그린다. MBC <계백>은 계백 장군에 대한 고증이 ‘황산벌 전투’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그를 훌륭한 전략가이자 무예가로 재평가하면서 허구적 상상력을 입힌 드라마다. 이와 함께 백제 의자왕을 방탕하고 무능한 군주가 아닌, 개혁이 좌절된 군주로 재조명한다.

 

[사진 및 자료 출처]
서울신문NTN / ntn.seoul.co.kr/?c=news&m=view&idx=112023
뉴스엔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107210747371001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

헬로? | 2011.10.03 19: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조선시대 때는 사투리는 커녕 지금 우리말과 다른류의 언어를 사용한 걸로 아는데.. 그대로 쓰면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을 듯. 디나 따라 마파를 씬이니 가까르시 네미나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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