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리로 시를 짓는 몇 개의 방식 여기에 소리가 있다. 눈 오는 소리, 바람 소리, 시계 소리, 의자 삐걱대는 소리, 마른 꽃이 조금씩 삭아가는 소리, 먼지 떠오르고 가라앉는 소리,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별빛 얼어붙는 소리, 고양이 수염에 졸음이 조심스레 엉겨 붙다가 화들짝 놀라 떨어져 저만치 달아나는 소리……. 어떤 소리는 귀에 들리고, 어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어떤 소리는 받아 적을 수 있지만 어떤 소리는 받아 적을 수 없다. 창밖에서 산수유 꽃 피는 소리 한 줄 쓴 다음 들린다고 할까 말까 망설이며 병술년 봄을 보냈다 힐끗 들여다본 아내는 허튼소리 말라는 눈치였다 물난리에 온 나라 시달리고 한 달 가까이 열대야 지새며 기나긴 여름 보내고 어느새 가을이 깊어갈 무렵 겨우 한 줄 더 보탰다 뒤뜰에서 후박나무 잎 지는 소리 김광규 시..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