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글, 새로운 시선

시대별 가장 인기있는 이름은?

아이들이 많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특정 성씨를 붙이지 않고 그냥 “민준아~”라고 불러본다면, 아마도 “네.”라고 몇 명의 아이들은 대답할 것 같습니다.
 
‘민준’이란 이름은 2004년 이후 5년째 출생한 남아에게 붙여준 이름 중 1위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하네요. 대법원이 2009년 한 해 동안 출생한 신생아들의 이름을 조사한 결과, 남자는 작년에 이어 ‘민준(2,641명)이 여자는 서연(3,270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두 이름은 2004년부터 5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에요. 그 뒤를 이어 남자아이 이름으로는 ‘지훈, 현우, 준서, 우진’이 가장 많았으며, 여자아이는 ‘민서, 지민, 서현, 서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답니다.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서 2011년 현재의 동향까지 살펴볼 순 없지만, 요즘도 ‘민준’이나 ‘서연’이 같은 이름이 여전히 인기 있는 건 사실인가 봅니다. 제 주변엔 딸아이를 낳은 지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은서, 민서, 연서 같은 ‘-서’ 돌림의 아기들이 유난히도 많아요. 때론 누구의 딸 ‘은서’를 말하는 것인지 헛갈릴 때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름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03년 사이 출생한 여아 이름으로는 ‘유진’이 줄곧 1위를 해왔지만, 2004년부터는 서연에게 그 자리를 내줬고요. ‘유진’은 2008년엔 12위(1,907명)까지 내려올 만큼 그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습니다.

남자아이는 1998년 1위를 차지한 ‘동현’도 2003년까지 줄곧 1,2위를 다투다 2004년부터 점점 하락해 2008년에는 9위 도현(1,572명)에 이어 10위를 차지했어요. 출생신고 된 남, 여 이름의 경향은 인기 드라마 속 배우의 이름을 따라 하기도 하지만, 부르기 편하고 중성적이며, 때론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외국인이 부르기에 쉬운 이름도 많아진 듯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아이 이름을 짓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속한 경향이 아닌가 봅니다.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시리즈가 미국의 인기 이름 순위를 바꿔 놓아 화제를 모았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거든요.

미국 연예지 '유에스매거진(Us magazine)'은 '2009 신생아 이름 통계 조사 결과 남자 아기는 '제이콥(Jacob)', 여아는 '이사벨라(벨라, Isabella)가 1위에 선정됐다"라며 "'트와일라잇'과 '뉴문' 열풍이 인기 이름 순위를 바꿔놨다"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매년 실시하는 이 조사는 당대의 문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을 유명하다네요. 특히 이번에 발표된 2009 신생아 이름 순위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트와일라잇' 시리즈 주인공 이름이 남녀 1위를 싹쓸이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자 이름 1위인 '제이콥'은 로버트 테일러의 극 중 이름으로, 미국에선 11년째 가장 인기 있는 남자 이름이기도 하답니다. 여주인공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극중 이름인 '이사벨라'는 지난해 1위였던 '엠마(Emma)'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국내 쪽으로 돌아와서, ‘민준’이나 ‘서연’이의 부모 세대엔 어떤 이름이 많았을까요? 1975년을 기준으로 남자는 1위 성호부터 시작하여 성훈, 성진, 정호, 상훈 등으로 이어집니다. 여자는 미영, 은정, 은주, 은영, 현주의 순이고요. 제 친구들과 친한 언니 혹은 동생의 이름이 모두 여기에 있네요.

더욱 거슬러 이들의 부모 세대엔 어땠을까요? 1948-68년 사이 태어난 사람의 이름을 보면, 남자 이름 중 1-4위를 오가며 큰 인기를 누렸던 영수, 영호, 영식, 영철 등 ‘영’자 돌림은 이후 점차 사라져 2000년대 들어서는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답니다. 여자 이름의 순자, 영자, 정자 등 자(子 )자 돌림과 정숙, 영숙, 명숙, 경숙, 현숙 등 숙(淑)자 돌림도 7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고요.

물론, 이름이란 것이 사람에게 한 번 주어지면 바꾸는 일이 쉬운 건 아니죠. 요즘은 개명이 예전보다 절차나 기간이 쉬워지긴 했지만 말이에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은 때론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나중에 2세를 낳으면 예쁘고 좋은 이름을 지어주리라 다짐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부모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떼서 아이에게 붙여주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2세에게 부모의 이름 중 한 글자를 물려주는 셈이죠. 그리고 작명소 등에서 아이의 사주팔자에 맞춰 좋은 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이름에 유행이 있다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얘기죠.

아무튼, 이름은 소중합니다. 너무 흔한 이름이라서 아이가 나중에 학교나 어떤 기관에 속할 때, 똑같은 성과 이름을 가진 이가 다수가 된다면 구분을 위해 이름 뒤에 ‘A, B, C’나 ‘1, 2, 3’ 같은 꼬리표가 붙더라도 말입니다.

지금 이글을 보시면서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어떤 이름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저도 위의 통계 자료들을 보면서 어떤 이름은 마음에 들기도 했거든요.  



▣ 사진 및 자료출처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584856
스포츠서울닷컴 / press.sportsseoul.com 
우리아이닷컴 / urii.com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