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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상사에게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안된다?

평소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집에서 택배를 받을 때, 상대방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조금 걸리는 것이 생기더군요.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수고하세요. = 계속 고생이나 하세요. ]와 동급의 의미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예전 모 TV 프로그램을 시청 중 귀화 방송인 로버트 할리 씨의 얘기를 듣고 나서 부터였습니다. 왜 한국에서는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사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자신의 일화를 소개해주시더군요.

사진출처 :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혜택 - 수험생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2658524

요즘은 ‘수고하세요.’ 나 ‘고생하세요.’라는 말을 젊은이들이 나이가 많은 어르신에게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어르신이나 상사 혹은 사장님에게 이 말을 사용하게 된다면 “고생(어렵고 고된 일)을 계속 하라”는 뜻이 되지 않을까요?

<표준화법>에 따르면 '수고하다'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므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였는가를 평가하는 듯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네요. 윗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여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고생하세요.’도 “고생을 하라”는 뜻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안 좋은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낮은 사람에게 '고생하시게, 고생해라'라고 말 하는 것도 당연한 듯 하지만, 그 뜻을 생각해 본다면 '수고(혹은 고생)하라'는 말은 자기보다 낮은 사람에게 해도 실례의 말이 될 것입니다.

낮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고생하라’는 말은 좋지 않은 의미니까요. 따라서 높으신 분과 낮으신 분에 상관없이 이 말들은 적절한 인사가 되진 않겠습니다. 결국, “수고하세요, 수고하십시오. 수고하게, 수고해라” 등의 표현은 높은 사람에게든 낮은 사람에게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표준화법>에서는 ‘수고하세요.’ 같은 종류의 인사말은 쓰지 않아야 한다고 풀이합니다. 그 대신 '고맙습니다.' 혹은 헤어지는 인사말일 경우에는 '안녕히 계십시오.'로 써야 적절하다고 제시하네요.


그럼 ‘수고(고생)하세요.’를 대체할 만한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열심히 하세요.” 등의 격려.

- 친구나 후배, 제자 등이 일하고 있는데 먼저 나가는 상황이라면,
“미안하지만 좀 더 수고들 해주시오.” 또는 윗사람보다 먼저 나가게 된다면 “수고하시는데 먼저 나가게 돼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도 권장 됩니다. 여기서 ‘수고’라는 말이 들어가긴 하지만,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인사말이 포함되므로 써도 무방하답니다.

그 외에도 헤어질 때, 정 어색하다면 안부 인사를 하는 것이 낫습니다.
- 감사합니다.
- 수고하셨습니다(단, ‘수고’를 과거형으로 사용할 경우엔 실례가 아니라고 합니다).
- 먼저가보겠습니다.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전통적인 우리의 인사말 중 ‘안녕히 계십시오.’나 ‘추위(또는 무더위)에 몸조심 하십시오.’처럼 날씨에 빗대어 하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아무튼, '수고'라는 인사말 대신 그 상황이나 자리에 어울리는 다른 인사말로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사진 및 자료출처
국어평생교육 사이트 우리말 배움터 http://urimal.cs.pusan.ac.kr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2658524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