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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노래 가사에서 찾은 잘못된 우리말

토이 - ‘바램’

그렇게도 소중했던 너의 얼굴은 기억조차 나질 않아
우리 헤어졌던 그 거리의 풍경들만이 내 마음속에 남아있어
그것조차도 잊을까 난 두려워져 너를 떠올려줄 내 마지막 기억을
영원히 너를 그리고 아파하며 날 살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지
나 버림받았던 그날 밤 끝없이 흐느끼면서
용서해 내 헛된 바램
하지만 그토록 내게 절실한 사람 너였어
이런 나를 조금만 이해해
무너지는 나를 보며 한 친구
내게 위로하며 해주던 말
곧 잊혀질꺼야 시간이 흐를수록
숨어서 널 지켜볼께 너에게 부담된다면
영원히 기억 속에 널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줘
마지막 바램일꺼야


[노사연 - ‘만남’]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운명 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돌아보지 마라 후회 하지 마라
아 바보 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오늘은 너무도 유명한 두 곡의 가사로 한번 시작해봤습니다. 그런데 두 곡의 제목과 가사 중엔 ‘바라다’의 명사형인 ‘바람’을 모두 ‘바램’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바램’은 '바라다'에서 온 말이므로 '바람'으로 적어야 합니다. 게다가 이 단어의 변형에 관해선 많은 사람이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요.

그러나 ‘바람’을 ‘바램’이라 명명하여 노래를 발표한 가수는 그룹 토이를 비롯해 여러 팀이 검색되더군요. 요즘 발표되는 노랫말 중에도 흔하게 ‘바램’이라 쓰이고 있고, 오히려 '바람'이라 쓰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따라서 많은 이들이 한글의 바른 표기법을 따르려 하겠지만, 노래 가사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이런 잘못된 표현들이 익숙하면서, 이들이 더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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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램 2 - ‘바람2(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의 잘못.
관련 규범 해설‘바람/ 바램’은 모음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원래의 형태인 ‘바람’을 표준어로 삼고, ‘바램’은 버린다.
 
* 바래다 - (1)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2)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는 뜻의 말.
그러므로 '바라다'에서 파생된 명사는 '바람'이라고 해야 한다.

관련조항 : 표준어 규정 2장 2절 1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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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서 굳이, '바램'이 '바람'의 잘못된 표현이므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입니다. 사실 노사연 씨의 노래에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라고 불렀다고 '바램'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사실, 제가 이 주제를 들고 나온 이유도 노래 가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인한테 신인 가수 앨범 내지에 수록할 가사의 교정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여기도 ‘바램’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이것을 ‘바람’으로 교정하려니, 제가 봐도 어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렇게 익숙한 ‘바램’이 잘못된 어휘로 낙인찍혔음에도 여전히 꿋꿋하게 쓰이는 걸까요? 언어도 적당히 쓰면서 내 의사를 전하고, 상대방이 알아들으면 되는 것인데 말이에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말에는 원칙이 있어서 이러한 딜레마를 겪는 이유를 따진다면 [한글맞춤법]에 있는 내용을 충실히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원형을 밝혀 적느냐 않느냐'를 다루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그 원칙에서 '원형을 밝혀 적는다.' 라고 정했으므로 '바램'은 '바라다'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바람(바라+ㅁ)'이라고 써야 옳다고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볼까요? 모 회사 아이스크림 제품으로 잘 알려진 '설레임' 또한 '설렘'의 오 표기임에도 친숙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설레다'는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으로, 명사형은 '설레+ㅁ'이므로 '설렘'이지, '설레임'은 안 된다고 하네요. 많은 장소와 상황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설레임’도 아쉽지만, 아이스크림의 고유명사로만 규정지어야 할 듯합니다.(사실, 그 아이스크림 이름은 한자에서 따왔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언제까지 이 표현들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구분 지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고요. 모국어 화자가 말할 때 많이 어색함을 느끼는 이 단어들에 대해서 예외를 적용할 여지는 없을까요? 만인이 자연스럽게 쓰는 표현을 찾을 때마다 매번 “말을 잘못 쓰셨습니다.”'라며 가르쳐줄 수도 없잖아요.

다행히, 문법에서도 특수한 경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기본 원칙에는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성도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다수가 '바램'과 '설레임'으로 쓰기로 고집하고 그렇게 사용한다면 표준말도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면, 방송이나 언론사 또는 각 교육 현장에서 인식의 전환을 위한 꾸준하면서 - 지속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 참고문헌 및 사진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우리말 바로쓰기 / krdic.naver.com/rescript.nhn
네이버국어사전 /krdic.naver.com
위키백과 /ko.wikipedia.org
YES24/ http://www.yes24.com/
CJ E&M/ http://www.mnet.com/


온한글 블로그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