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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그 다섯번째 - 곰PD

죽자고 덤비는 것 보다... 취미로 재미있게 하는 일이 더 결과가 좋을 때가 있습니다. 부담감도 덜하고 무엇보다도 ‘사활을 건다’라는 마음가짐이 아니니 오히려 상업성을 배제한 음악이 나올 수도 있고요. 대부분은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멜로디나 가사 역시 아주 신선하게 나올 수 있답니다. 

출처 - http://http://www.xiami.com/

최근에 나온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이라는 음반이 이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어요. ‘곰PD’는 KBS의 라디오국 소속인 이충언 PD랍니다. 
뭐 다른 사람들은 ‘곰 PD? 라디오 PD가 뭐 어쩌라고.’ 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릅니다만... ‘라디오’라는 매체는 확실히 뭐가 좀 다르답니다. 곰PD가 그래서 라디오국 PD를 지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예전 잡지기자 시절에 제가 기억하는 곰PD는, 애플에서 제안한 신개념 콘텐츠 서비스를 KBS 라디오국에 처음 도입한 PD랍니다. 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앨범

오늘 소개할 앨범 ‘곰PD와 절묘한 친구들’이 바로 앞서 말한, 부담감을 뺀 멜로디와 편곡으로 구성된 앨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두해 전부터 곰PD는 계속 자신의 이름으로 싱글을 발표해 입지를 다졌는데요. 이번 앨범의 노래는 주로 담담한 톤이지만,  가만보면 앨범 자체의 게스트는 정말 화려합니다. 이전 ‘언니네 이발관’ 멤버였던 싱어송라이터 ‘이지형’, ‘Asoto Union’과 ‘Windy City’의 김반장, 그룹 ‘보드카레인’의 안승준, ‘장사하자~’ 를 외치던 ‘하찌와 TJ’의 조태준, ‘조문근’의 멘토로만 알려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보석같은 뮤지션 ‘임주연’은 물론, 이충언 PD의 프로그램의 게스트였던 영화배우 ‘류현경’, ‘최강희’ 등이 앨범의 게스트로 포진해 있습니다. 

현직 라디오 PD가 작사/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곰PD와 절묘한 친구들’이라는 음반의 특징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담담한 일상적인 감정’에 있습니다. 물론 ‘곰PD’가 음악 방송 PD이고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곰PD는 일반적인 전업 뮤지션들의 시선과는 그 궤를 조금 달리 합니다. 어떤 ‘특별한’ 생각 보다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정리한 음악은... 다른 어떤 멜로디보다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출처 - http://www.nowhere333.com/

특히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 노래는, 내가 제에에에에에일~ 좋아하는 배우 최강희가 부른 <불면증>이라는 노래입니다. 어디 한 번 가사를 들어볼까요?

마지막 한잔의 커피 마시지 말걸 그랬어
드라마 마지막 편도 다음에 볼걸 그랬어 

누군가에겐 익숙하지만 내게는 낯선 새벽 세시
잠못 드는 이밤 비도 내리지 않고 아른아른 빛나는 별 하나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우리 이야기
해묵은 기억들 하나둘씩 떠올라 별빛 따라 반짝이네

골목길 가로등 아래 서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우리함께 나눈 비밀스런 얘기들 새벽바람 따라 실려오고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우리 얘기
해묵은 기억들 하나둘씩 떠올라 바람따라 일렁이네

나지막히 불러보는 너의 이름은 새벽공기처럼 낯설고
아득한 기억너머 너의 모습 그리다 아침이 오겠지 아침이 오겠지 

어느덧 벌써 굿모닝 이제 우리는 굿바이
새벽 먼지 따라 흩어지는 기억들 졸린 눈을 비비며 안녕 안녕
졸린 눈을 비비며 안녕 안녕

일반적인 노래 가사처럼 반복되는 구절도 없고, 최강희가 무덤덤한 듯 뱉어내는 가사는 우리가 일상적인 일을 쓰듯 뇌까리는 독백같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최근 한글 쓰임새의 트렌드를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이처럼 작사자가 제목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노래는 처음일까 합니다. 
잠 못드는 이 밤, ‘ 천천히 내게 다가와 살며시 꺼낸 해묵은 기억들’에 대한 설레이는 느낌들... <불면증>의 가사보다 잘 표현해내기는 쉽지 않을거에요. 

이즈음 고백하건대, 저도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기념을 위한 음악을 작곡/작사하고 있답니다. 음반으로 낼 계획은 아직 미지수지만, 개인 노트북과 장비들을 이용해 최대한 준비하고 있죠.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음반 만큼은 못하겠지만, 덤덤한 일상을 담은 좋은 노래들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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