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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지하철 노선도 속의 한글, 서울남산체

“지도에 자명한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도는 문화적 산물이며, 나름의 가치를 지닌 선택들이 축적된 결과다.”
                                                                    지리학자 데니스 우드Denis Wood와 존 펠스John Fels

지하철 노선도는 우리가 매일 보는 제일 가깝고 친숙한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노선도 역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그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축적된
문화적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긴 많은 요소들이 자세히 들어보면 우리에게 그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지하철노선도는 그 도시를 한 눈에 이해하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광객, 도시를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에게 중요한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하철 노선도가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지도가 된 이유는 사람들에게 이전의 상상도 못했던 공간적,
시각적 정보를 한 눈에 쉽게 전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어느 방향으로 얼마 동안을 가야 할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 노선도가 없다면, 이렇게 쉽고 빠르게 판단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하철노선도는 노선의 색깔과 서체 등 다양한 요소들을 이용하여 더 보기 쉽게 만들어집니다.
특히, 지하철 노선도에 사용된 서체가 노선도 디자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출처: 뉴욕주정부 광역교통기구 http://www.mta.info/nyct/maps/submap.htm )

뉴욕 지하철 노선도에 사용되고 있는 글씨체는 헬베티카Helvetica입니다.
헬베티카 서체는 영문서체 중 20세기 후반부터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세리프체(획의 삐침이 없는 글씨체)로 매우 모던하고 단정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기존의 서체들에 비해 서체의 높이가 높은 까닭에 시원하고 역 이름과 같이 짧은 길이 단어들의 가독성 또한 높여줍니다. 덕분에 헬베티카가 사용된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는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서울의 중요한 가치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서울은 최근 들어 ‘디자인도시’ 서울을 위해 많은 디자인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서울시 전용서체 입니다. 지하철노선도에 사용된 서체 역시 서울시 전용서체 중 고딕체인 서울남산체입니다.

(출처: 서울특별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  http://design.seoul.go.kr/ )

2009년 초, 서울시의 여러 공공 시설물들과 홍보 매체, 각종 간판들이 서울시 전용서체와 함께 새롭게 디자인되었는데, 서울시 지하철 노선도와 시설물들 역시 새로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뉴욕 지하철 노선도의 경우처럼, 서체가 그 디자인의 분위기를 많이 좌우하듯이 서울남산체와 함께 새롭게 디자인된 지하철 노선도와 각 역의 표지판 등은 분위기가 기존의 것들에 비해 매우 세련되고 단정한 모습입니다.



특히 최근에 개통한 9호선의 경우, 이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모든 정보를 알리는 글에 서울남산체가 사용되어서 9호선 전체적 분위기가 깔끔하고 모던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한 눈에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요소인 서체에 대한 인식이나 사용이 많이 부족한 듯합니다.
서울시 전용서체를 통해 공공시설물들의 디자인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체 하나만으로도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 보일 수 있고, 서체 하나 자체로도 디자인을 대표하는 느낌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서체 하나의 작은 변화라 생각했지만, 크게 달라진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에서도 이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보는 지하철 노선도여서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고개 돌려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1기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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