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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이 만난 사람

그래픽디자인.하며. 음악.하는.이. 김윤태

 그래픽디자인.하며.음악.하는.이 김윤태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한글의 공감각적인 시도. 즉, '소리그림놀이'라는 탈장르적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두 영역의 융합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데에는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시각디자인학 박사로서 다져온 오랜 세월이 있을 것이며, 10년이 넘게 홍대의 인디밴드 '허클베리 핀'의 드러머로써 활동한 내공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비롭기만 했던 그를 홍대 앞 카페 '공간 ㅎ' 에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한글다다전 - 궁상각치우 

최윤정: 윤타님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신 걸로 아는데, 어떻게 한글이라는 타이포로 이런 작품을 하시게 되셨어요? 
김윤태: 안상수 교수님의 수업 중에서 훈민정음 제자해를 배우는데 한글자소 ㅁ, ㅅ, ㄱ, ㄴ, ㅇ 이 각각 궁(도), 상(레), 각(미), 치(솔), 우(라)에 해당한다는 문구가 있었어요. 문자 그대로 구현을 한 작품이에요. 안상수 선생님께서 워낙 거장이셔서 당연히 한글이라는 타이포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데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때 수업은 거의 도제와 마이스터처럼 엄격하게 수업을 하셨죠. 이 작업(궁상각치우)은 그 음의 영역을 건반으로 치면 해당하는 자소가 움직이는 거에요. 사람 목소리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조금 힘들지만 건반은 소리의 높낮이를 거의 정확하게 인식을 해요.   

그래픽디자인.하며.음악.하는.이 '김윤태' at '공간 ㅎ'  

김윤태: 이 작업(신궁상각치우)은 퍼포먼스의 성격을 띄는데요, 제가 벽을 두들기면 이미지가 변화하고, 관객의 소리에도 반응을 하여 변화하는 이미지를 인터랙티브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프로그래밍하는 상황에서 만화경 소스를 가져와서 만들어봤어요. 그저 사람들 흥을 돋구는 역할이죠.   


            

                                                                             신궁상각치우 버전

               


최윤정: 저는 타이포그래피가 좋은데요, 그 가운데서도 한글은 참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김윤태: 타이포그래피가 영문이나 한글이나 쉽지가 않죠. 왜냐면 시각의 기본이니까요... 아무래도 모든건 기본이 가장 어렵죠. 학생들을 수업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글자거든요. 그게 내공도 필요하고... 학생들의 작품을 보면 이미지는 뚝딱뚝딱 잘 만드는데, 글자를 올리는 거보면 딱 보아도 자간,행간이 이상하고 그래요. 아무래도 타이포는 시간이 걸리는 거 같아요. 제일 좋은 것은 장인처럼 오래만져보고 계속 지적당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게 가장 좋아요.



최윤정: 음악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드럼... 허클베리 핀하기 전에도 하셨던 거에요?
김윤태: 홍대 시디과 들어가서 과에서 선배, 후배들과 밴드를 만들어서 그때, 처음으로 시작을 한거죠. 

최윤정: 그럼 그래픽이랑 음악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인거네요.
김윤태: 물론 그림은 고등학교 때부터 했고, 락 음악은 그때도 좋아했었죠.

최윤정: 드럼과 미디어아트 즉, 이미지와의 결합은 어떻게 생각을 해내신 건가요?
김윤태: 아, 영향을 받았어요. 일본의 이치라크 요시미츠라는 드러머. 그 양반이 maxmspjitter 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반응을 하는 작업을 했드라구요. 근데 솔직히 저도 그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세상은 누구나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인거죠.  

최윤정: 제가 윤타님 작품을 보니까 예술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재미를 위한 작품을 하려고 하시는거 같은데, 메칸더브이 등장하는 작품도 보면 참 재미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그게 키치적인건데 제가 느끼기에는 정말 유치하다 저급하다는 느낌은 아니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거든요. 그것은 의도하신 것이 아닌지?  
김윤태: 음. 개인적인 취향인거죠.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저의 취향일 수도 있죠. 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예술 합네!라고 하는 사람들인데, 그것에 대한 반감에서 놀이, 즐거움, 재미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재미가 있어야 작업도 의미가 있죠. 일단은 내가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작업을 한거고 남들도 재미있으면 더 좋은 거구요.  저는 그래서 저의 '작품'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작업'이라고 하지요. 저의 '작업'이라고 하면 이건 중간 과정이야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나는 더 멋있는 것을 할 수 있어라는 오히려 앞으로의 자신감, 자만감이라고 할 수 있죠.

최윤정: 새로운 기술, 기계 등에도 관심이 많으신가요? 타이포 작업하시는 분들은 신기술에 관심이 많이 없기도 한데.
김윤태: 아 장인처럼? ㅎㅎㅎ 안상수 교수님도 신기술에 관심이 많으시고, 저는 그렇게 많지도 없지도...보통 정도?  

 최윤정: 일본의 한 드러머는 자신이 동경에서 현존하는 가장 열심히 하는 드러머라고 자신을 소개하더라구요. 그럼, 윤타님은 자신이 한국에서 몇 번째로 열심히 하는 드러머라고 생각하세요? 
김윤태: 저는 게을러요.  -그래서 나는 그의 게으름을 아티스트의 특권이라고 포장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불어에는 flaneur라는 명칭이 있는데 게으름의 좋은 표현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향유하면서 사는거? 그러면서 남들과는 템포를 다르게 사는 게 그가 말하는 자신의 게으름이 아닐까라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최윤정: 작가는 누구 좋아하세요?  디자이너는 누구 좋아하세요?
김윤태: 음. 에곤쉴레? 이중섭? 잘 그리시자나요. 디자이너는 네빌 브로디. 좋아하는 이유는 디자인도 좋은데 브로디는 되게 유명해진 다음에 영국의 인디밴드의 앨범커버 디자인를 전부 다 해주셨대요. 그냥 그들이 원하는대로 다 디자인해주셨다는데 그게 저의 꿈인데... 돈도 안받고 디자인해주는거? 돈을 받으면 요구에 맞춰줘야하니까 가능한한 돈 안받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죠.  

                                                                               허클베리 핀 4집 음반

최윤정: 참 저는 '허클베리 핀'의 4집 앨범 디자인이 참 좋던데요.
김윤태: 음. 그 앨범이 이기용이 다른 친구에게 디자인을 맡겼다가 퀄리티가 안나와서 고민하다가...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처럼 만들자라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래서 노란색으로 가되 플라스틱 커버로 가자! 그런데 국내의 업체가 다 없어졌다는 거에요. 단가 때문에 그래서 안되겠다. 그냥 출력하자! 그래서 원래 허클베리 핀 로고는 안넣으려고 했는데... 또 안되겠다 싶어 모여서 그냥 쓰자! 한거죠. 그래서 멤버들을 다 불러놓고 볼펜주면서 자 써! 그런데 우리 리더 이기용이 굉장히 악필이에요. 근데 그 친구가 썼는데 의외로 악필이니까 개성있는 글씨가 나온거에요. 

 기사에는 싣지 않았지만, 인터뷰 내용 간간히 여담이 많아서 김윤태씨는 "인터뷰가 '무릎팍 도사'인데요?" 얘기가 질문에서 시작은 했으나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새고,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의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재미있는 여담을 더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공간 ㅎ'에서의 시공간은 그의 한글 작업에 관한 것이었고, 다음 편에는 '허클베리 핀' 멤버가 운영하는 바 Shain에서 들어본 그의 음악과 앞으로의 새로운 한글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김재아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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