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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21세기 한글의 현주소, 폰트 디자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이포그래피와의 인연은 대학 1학년 때,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시던 고 김진평 선생님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로터링펜으로 모눈종이, 트레이싱 페이퍼에 직접 손으로 레터링하던…. 그중에서도 한 대표적인 영문서체를 토대로 해 한글 디자인으로 연결하던 작업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한글을 내 손으로 직접 그리고 만들어 낸다는 데 대한
뿌듯함과 열정은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의 작업에 튼튼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이 변화된 환경만큼이나 시각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실감하지만, 나름대로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한 단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속에서 또 다른 발전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그들의 꿈과 노력이 우리 폰트 디자인계의 미래일 것이다.
 그 꿈에 전문 지식과 역사의식을 겸비한다면,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능동적 창조와 혁신을 담아낸다면 훌륭한 글꼴들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은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인 글꼴’이면서 동시에 표현되는 결과에 따라 보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이미지’로 다가가기도 한다.
 이러한 한글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조형성과 심미성을 지닌 예술적 코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알리는 역할이 우리 디자이너의 역할일 것이다.





한글 폰트의 분류 체계


 폰트란 활자조판에 필요한 모든 글자, 숫자, 그리고 특수기호들을 포함한 동일한 크기와 모양의 한 벌 전체를 뜻하는 것으로 'foundary(활자 주조소)'의 'found(녹이다. 주조하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폰트는 모든 글자들이 다른 글자에 대해 관계를 가질 때 구조적인 통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무게와 두께는 통일되어야 하고 활자끼리의 시각적인 배열도 잘 조화되어야만 한다.
 동일한 폰트라면 조판했을 때 같은 톤을 이룰 수 있도록 글자의 속과 글자 사이의 밝기와 어두움의 영향까지도 밀도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한글 폰트의 가장 단순한 구성은 첫 닿자 19자, 홀자 21자, 받침 닿자 27자를 합하여 총 67개로 이루어진 삼벌식 조합형 폰트이다.
 여기에 숫자와 특수기호 75개를 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142개로 구성된 폰트가 된다. 그러나 한글을 완성형으로 사용할 때는 특수기호를 포함시키지 않고도 KS code 2,350자 이상이 요구된다.

 활자가족(The Type Family)이란 기준이 되는 부모 폰트(Parents Font)가 여러 모양으로 다양하게 변형됨으로써 만들어진 여러 벌의 폰트를 말하는 것이다. 한글에서의 활자가족은 이제까지 두께의 변화로 모양을 달리한 폰트들을 말할 때 쓰여 왔다.
 가장 즐겨 쓰는 명조체는 일반적으로 세명조, 신명조, 중명조, 태명조, 견출명조라고 부르는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윤디자인의 윤명조, 윤고딕의 경우에는 110,120,130,140,150,160의 숫자체계를 도입하여 6가지의 두께로 변화를 주었고, 이러한 배려는 디자이너에게 엄청난 융통성을 가져다주는 일례가 되었다.





 한글 폰트의 분류는 폰트를 사용하려는 용도나 폰트의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 포맷의 진보 등 상황에 따라 기능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포괄적 의미의 분류
 1)아날로그 폰트(Analog Font) - 손으로 쓴 레터링이나 사진식자기 등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문자를 인쇄, 또는 디스플레이하는 것이다.
 2)디지털 폰트(Digital Font) - 컴퓨터를 이용한 문자 표현으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모든 폰트는 디지털 폰트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디지털 폰트를 전반적인 폰트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2. 용도에 따른 분류
 1)스크린 폰트(Screen Font) - 보통 화면용 폰트라고도 부르며 모니터 또는 도트 형태의 LCD등에서 디스플레이하기 위한 폰트의 총칭이다.
 2)프린트 폰트 (Printer Font) - 인쇄를 하기 위한 폰트로 지로용지나 고속 도트 프린터 인쇄물은 비트맵 폰트를 사용하며, 디자인 요소를 충족해야 하는 인쇄물은 아웃라인 폰트를 사용한다.

3. 제작방식에 따른 분류
 1)비트맵 폰트(Bitmap Font) - 비트맵 폰트는 문자를 점의 집합으로 디자인 한 것으로 복잡한 연산을 거치지 않으므로 빠르게 표시되어 주로 화면 디스플레이용으로 쓰인다. 스크린 폰트 (Screen font)라고도 한다. 
  네모난 점(dot)들로 이루어진 폰트로 보통은 12포인트, 24포인트 등의 정해진 글자 크기에서는 잘 구현되는 장점이 있지만 나머지 크기에서는 깨진 상태로 나타난다. 레이저 프린터 같은 포스트스크립트 지원용 프린터에서는 출력용 폰트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2)아웃라인 폰트(Outline Font) - 말 그대로 특정한 함수를 연산처리 장치 (라스터라이즈 프로세서, RIP)를 거쳐 곡선으로 문자의 외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4. 글꼴구조에 따른 분류
 1)조합형 -
ㄱ과 ㅏ등 초성, 중성, 종성을 따로 따로 디자인해서 '가'를 표현하는 것으로 1Byte 폰트라고도 부른다. 대표적인 조합형으로 삼벌식과 사벌식 폰트가 있다. 조합형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을 각각 따로 디자인하고 조합하여 구현하는데, 즉 초성 'ㄱ'은 딱 한 가지 모양뿐이며,  중성과 종성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어지기 때문에 완성형에 비해 상당히 제작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든 문자를 구현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완성형에 비해 들쭉날쭉한 빨래줄 현상이 생기므로 조형적인 부분이나 표현에서 한계가 있어 본문체로는 적합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그래서 주로 제목용 서체나 짧은 본문에 사용하고있다.
 2)완성형 - 완성형 한글 ('한','글','사','랑'..등), 완성된 글자 하나하나를 제작하는 것으로, '글' 과 '랑' 의 'ㄹ'의 모양을 살펴보면 글자의 크기,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2,350자를 한 자 한 자 만들다보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섬세하게 제작되어 '조형성'은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조합형에 비해 용량이 훨씬 크고 구조가 복잡해서 컴퓨터의 처리속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5. 데이터 포맷에 따른 분류
 1)트루타입 폰트(TrueType Font) - 트루타입은 Apple사와 MicroSoft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폰트의 형식으로 기술적으로 2차의 스프라인곡선을 이용하며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포맷이다. 화면과 프린터 출력상의 구현이 거의 비슷하게 이뤄진다. 
 일반 잉크젯 프린터에서도 사용될 수 있으며, 포스트스크립트 폰트처럼 꽤 양질의 출력물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서체와 달리 화면상에서도 깨끗한 외곽선을 보여주므로,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용량이 커서 레이저 등의 포스트스크립트 지원 프린터에선 출력이 느리며, 화면 디스플레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맥킨토시에서는 보통 시스템 한글 시스템 자형 폴더에 TTF파일들이 들어있고, 간혹 용량에 넘치게 폰트를 넣어두고 사용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OS 9까지는 한글을 512개밖에 쓰지 못하는 이유다. 이것은 애플에서 한글영역으로 지정 가능한 Font ID를 512개로 한정해 놓았기 때문인데. 따라서 그 이상의 서체(TTF파일)를 자형폴더에 넣게(또는 설치하게)되면, 동일한 Font ID (Font를 구분해주는 값)가 생기게 되고, ID가 같은 서체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2)포스트스크립트 폰트(PostScript Font) - 원래 포스트스크립은 Adobe Systems사가 개발한 인쇄 페이지 프로그래밍 언어이며, 폰트 포맷은 Type1, Type3 등으로 구분된다. Type1, Type3 포맷을 2바이트권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포맷을 일반적으로 포스트스크립트 폰트라 부른다. 
  트루타입과 달리 라스터라이즈 프로세서(RIP)를 거처 3차의 베지어곡선을 이용하므로 고품위의 문자를 만들어낸다. 고품질의 출력을 할 수 있는 프린터의 내장형 또는 외장형 폰트박스에 설치된 출력 전용 서체를 말하는 것이다.
 3)CID 폰트(CID Font) - Adobe Systems사의 ATM(Adobe Type Manager)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2바이트 포스트스크립트 폰트를 화면에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폰트이다. 인쇄용 포스트스크립트와 기본적으로 같으므로 화면과 출력 결과가 일치한다.
 4)오픈타입 폰트(OpenType Font) - 오픈타입은 MicroSoft사와 Apple사에서 사용되는 트루타입 폰트 포맷을 확장한 스케일러블 포맷이다. 
  MicroSoft사와 Adobe Systems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쉽게 말하면 위에 언급한 트루타입 폰트와 포스트스크립트 폰트의 장점만을 살린 폰트라고 보면 된다.

6. 디자인적 요소에 따른 분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서체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각적 특징이 중복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완벽한 서체분류의 체계란 없고 다만 역사적 발달과정에 근거한 일반적 분류체계가 사용되고 있다. 국내 공식적인 한글 연구기관인 한국글꼴개발원에서는 현재의 한글 디지털 폰트들을 바탕체류, 돋움체류, 그래픽류, 굴림체류, 필사체류, 상징체류, 고전체류, 탈네모꼴체류, 기타체 등 총 9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다. 앞으로 이 범주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다듬는 것 또한 폰트 디자이너들의 몫일 것이다.


환경의 변화와 한글 폰트 디자인
 
 모리사와에서 발명한 사진식자기가 196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부터 주조, 문신, 조판의 번거로운 작업을 필요로 하던 활자의 시대는 지나갔다.
 사진 조작에 의해 한자씩 인화지에 검게 인쇄되어지는 이 조판방식은 글자모양의 수려함뿐 아니라 렌즈를 사용하여 정체 이외에도 장체(condensed) 평체(extended), 사체(italic) 등의 변형체를 마음대로 얻을 수 있어 디자이너의 이미지 표현의도를 다양한 형태로 충족시켜 주었다. 형태적인 다양성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크기 조절과 작업의 간편성, 인쇄과정의 편의성 등 여러 가지 기능적인 이유로도 매우 획기적인 전환이었다. 

 대학 과제로 사식집을 드나들던 때를 회상해보면, 크기며 기울기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얻을 수는 있었지만 다양하지 못한 서체들에 대한 아쉬움과 목마름은 항상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약 30년간 출판, 광고 등 시각 디자인 분야 전반에 걸쳐 사용된 사진식자기의 글꼴은 일본의 모리사와사와 샤켄사에서 제공되는 서체였다.
 명조체, 고딕체, 나루체, 헤드라인체, 궁서체 등 글꼴의 종류는 활자시대에 비해서는 많아졌지만 약 5000여 종에 달한다는 로마자의 폰트 종류에 비한다면 너무나 작은 수에 불과했다. 

 이러한 사진식자기 활자의 글꼴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한글 디자이너라 불리는 최정호(1916~1988) 선생님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가로 세로 각 5cm 크기의 종이 위에 글자본을 그리고 자모조각기를 활용하여 활자를 조각하는 조각기 시대의 납활자부터 사진식자기에 사용되는 한글의 모든 원도를 디자인하였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명조체, 고딕체, 궁서체 등의 원형 골격을 갖추어놓은 장본인이며, 그 한글 원도들이 현대적 의미의 한글 디자인의 전형이 되었다.
 
 정보화 사회는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인 글자, 즉 활자체 디자인의 환경을 변화시켰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고밀도의 도트, 고해상도의 레이져 프린터의 출력기와 탁상용 출판 시스템(DTP:desk top publishing)
이나 전산조판 시스템(CTS: computerized typetting system) 등의 개발로 전자출판 분야가 매우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최정호의 명조체, 고딕체 등을 스캔하여 디지털화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활자꼴 개발은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근본적인 글꼴의 형태는 사진식자체와 같고 오히려 조형적인 완성미는 떨어졌다. 전산활자체의 등장으로 사진식자체의 활용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사용의 편리함과 변화무쌍한 다양성, 조판가격의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산활자체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글자꼴의 모양은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와 매체에 따라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붓글씨 문화에서 비롯된 명조체의 견고한 조형적 위치는 아직까지 절대적이지만, 컴퓨터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폰트 디자이너’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조형미를 가진 한글 폰트들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1989년 윤체를 필두로 머리정체, 아이리스, 솔잎체 등 전에 없던 한글 글꼴의 조형적 변화는 신선함과 낯설음을 가져왔지만, ‘한글 폰트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며 혁명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수많은 한글꼴들이 이때 만들어져 현재까지 2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그 당시 개발된 폰트가 지금까지 사용되는 것을 볼 때 폰트의 내재된 힘을 느낄 수 있고, 결코 얄팍하고 가볍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전까지만 해도 정네모틀의 범위에서만 생각하던 것에서 1990년대 이후부터 서서히 네모틀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글꼴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글 폰트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해왔다. 윤고딕 200번의 경우도 기존의 네모틀을 벗어난 본문체라는 점에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지금까지 많이 사용되는 서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자출판쪽에만 치우쳤던 폰트 환경은 점차 다양한 미디어의 활용으로 나아가 웹이나 모바일 폰트 디자인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출판편집 쪽 폰트가 온전히 디자이너들을 위한 폰트라면 웹 폰트의 경우에는 개개인들이 소유하고 다루는 개념으로 전개되었다. 디자이너에서 일반 개개인으로 사용자가 이동함으로 인해 폰트들 또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웹을 통해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폰트들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시장과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제작방향 마저도 그 방향으로 맞추어져 디자인 작업에도 불균형이 생기게 되었다.
 가독성이라는 기본개념마저 무시되고 특정 이미지나 상징적인 의미의 아이콘 등을 폰트에 넣어 표현하게 된 것이다. ㅇ꼴에 하트,별 등을 넣는다든지 아랫줄 맞춤한 민글자의 윗 공간에 특정 캐릭터나 이미지를 넣어 강력한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웹 폰트의 바람이 지금은 점점 모바일 환경으로도 옮겨지고 있는 추세다. 애니콜랜드를 시작으로 폰트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시장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제 폰트는 기능으로서가 아닌 패션으로서의 성향이 강해졌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아날로그적 느낌의 손글씨체가 득세하면서 급기야 폰트 디자이너 지망생들은 손글씨 위주의 가벼운 개념으로만 폰트를 이해하는 경향까지 보일 정도가 되었다. 캘리그래피 스타일 폰트가 광고, BI, 영화 포스터 등에 사용된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폰트 디자인의 기본으로 인식되어온 정사각형 박스(EM박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들이 스크립트 폰트 시장을 형성시킨 데 이어 좀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캘리그래피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 폰트가 많아질수록 인간의 감성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폰트 캘리그래피나, 스크립트 스타일(스타폰트, 손글씨폰트, 붓글씨, 전각 등의 폰트)에 대한 수요도 꾸준할 것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전용 폰트 프로젝트도 최근의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단체만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전용 폰트를 제작, 보유하는 추세인데, 자기들만의 전용 서체를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등 지정서체의 상위개념으로 전용서체를 개발하고 있다. 

 전용서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미래의 비전까지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해당 단체의 이미지와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고려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국내 최초로 교육기관에서 전용서체를 만든 사례로 연세대의 상징인 독수리의 강인한 날개를 모티브로 했다. 독수리의 부리에서 느껴지는 날렵함을 표현하려고 세리프스타일로 제작함으로써 연세대학교가 대중적으로 얻고 있는 이미지인 모던함과 샤프함을 반영하려 하였다. 삼성생명 전용서체의 경우에는 본문3종과 제목 1종, 캘리 스타일 제목 1종이 추가된 점이 이색적이다. 캘리 스타일을 전용서체로 도입한 첫 사례로서 생명보험사 특유의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묻어나는 스타일로 기획, 강병인이라는 전문 캘리그래피스트를 영입해 타 업체와의 차별화와 인지도를 동시에 잡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변화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려하는 것은 그 속도이다. 폰트 컨텐츠 사업의 특성상 지나치게 짧은 개발주기는 폰트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에 제작자로서 늘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의 취향까지 충족시키기 위한 개성적인 시장의 급성장이 디자이너들에게 크리에이티브라는 짜릿한 과제를 던져주는 매력적인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친 패션성으로 인해 우리 한글 고유의 언어학적 의미와 조형적 가치들이 상처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기다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떠한 경우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전통을 발전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훌륭한 폰트는 기본기가 탄생시킨다
 
 좋은 폰트란 어떤 것일까? 어떤 서체가 오랫동안 사랑 받는 서체일까? 많이 팔리는 서체가 좋은 서체일까?
 이러한 생각들은 폰트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연륜이 쌓이다 보니 이제 디자이너들의 작업들을 검수하다 보면 신명나게 열정을 쏟아 부었는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했는지, 조심하다 못해 소심하게 작업했는지까지 보일 정도가 되었다. 또한 작업자의 성격이나 취향도 엿볼 수 있으니, ‘폰트는 디자이너 자신의 표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예전에 디자인했던 폰트 중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때면, 꼭 다시 수정하고 보완해서 멋진 폰트로 탈바꿈시키리라 생각하지만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폰트에 손을 댄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성도 있는 폰트를 만들도록 온 힘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 공들여 작업해야 하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도록…. 앞의 물음들에 정확한 답을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지금까지 많이 사랑받아온 서체들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폰트들이다.
 또한 디자이너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폰트는 생명력이 길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한 폰트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기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기는 그 다음의 일이다.

1. 네모꼴과 탈네모꼴
  한글꼴은 구조적으로 크게 네모틀과 탈네모틀로 얘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네모꼴이란 전통적인 한글꼴의 기본형태로서 일반적인 한글꼴의 전형적인 바탕 형태라 할 수 있다. 완성형의 네모틀 글자는 한글의 기계화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초성, 중성, 종성을 각 1벌씩만 디자인하여 조합된 낱자를 만드는 세벌식 글꼴이 대표적인 탈네모 서체이다.
 탈네모꼴에서도 민글자의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가진 글꼴이 되고, 세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모던함과 기계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느낌보다는 젊은 느낌, 더 나아가 팬시한 느낌을 주는 조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점차 탈네모 스타일의 폰트들이 많이 제작되어 모바일이나 웹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기존의 가치였던 네모틀을 벗어남으로써 포스트 모던한 느낌을 주어서 젊은 세대로부터 더욱 환영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탈네모가 기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가장 단순하고 뛰어나지만 자모 한 벌만으로 한글의 미세한 구조적 조형미를 충족시키기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무조건 낱자를 디자인하던 기존의 네모틀과 기능만을 강조하는 세벌식의 장단점을 융합하여 완성형 글꼴의 모듈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툴(드리거)을 이용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탈네모꼴들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구조적인 구분에서 완성형으로도 탈네모꼴 디자인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고, 조합형으로도 네모꼴을 디자인할 수 있다.
 
 네모틀과 탈네모틀의 한글 구조에 관한 견해는 입장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매우 틀리다. ‘경험적인 가독성과 기계화의 능률성’의 대립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의 대결구도 외에도 한글 제자 원리에 대한 견해, 미적 가치에 대한
대립 등 글자 자체의 문제도 있거니와 폰트를 사용하는 위치에서의 입장과 정보를 수용하는 수용자의 입장도 매우 틀리다.

  말하고 싶은 것은 폰트 디자이너라면 다양한 형태의 구조를 인정하자는 점이다. 네모틀과 탈네모틀 각각 나름의 장, 단점을 상호보완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한글의 발전을 위해 심지어는 풀어쓰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야만 멀지 않은 장래에 한글의 자형학을 우리의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2. 기준선(무게중심) 
 같은 글자라도 무게중심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무게중심이 상단에 있느냐, 하단에 있느냐, 가운데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서체가 된다. 또 무게중심을 의도적으로 불규칙하게 해 색다른 개성을 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기도 하는데, 가령 민글자의 경우 위쪽 공간에 재미있는 아이콘(하트, 별 등등)들을 넣어서 독특한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웹폰트나 모바일 폰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10대~20대 층의 높은 반응과 지지율을 볼 수 있다.


3. 세리프의 유무
 일반적으로 명조체와 고딕체를 구분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 요소가 세리프이다. 가독성을 테스트한 결과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리프가 있는 글자가 읽기 편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영어권 나라에서도 신문이나 책과 같은 많은 글을 실을 때는 명조 계열을 많이 쓰고 있다.
 최근에는 명조, 고딕의 구분이 불분명해져 명조의 상징처럼 여겨진 세리프와 고딕의 일정하고 각진 획을 이용해 명조와 고딕을 접목한 스타일의 폰트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 혹은 퓨전 스타일이라고 하는, 장르를 혼합하고 믹싱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 또한 개인적인 관심사 중 하나이며 흥미로운 작업이다.


4. 글자의 폭과 방향
 평체(Extended), 장체(Condensed), 사체(Italic) 등 글자의 폭과 방향을 정하는 것도 하나의 서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폭이 넓은 평체는 안정감과 평온함을 주는 반면(풍경체, 소망, 고구려 등), 높이감이 있는
장체의 경우에는 긴장감과 함께 모던함(청춘, 고추잠자리, 고인돌 등)을 준다.
 좌사체냐 우사체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사체는 운동감을 주는 서체로 임팩트가 필요한 곳에 주로 쓰인다. 겨울체, 쿨재즈체 등이 처음부터 사체로 디자인된 경우들이다.

5. 착시, 시각 삭제 
 글자꼴은 획의 길이, 굵기, 바탕공간 등이 어우러져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일어나고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이 ‘시각 삭제’이다. 수치적으로 똑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의 틀에  삼각형, 사각형, 원, 마름모꼴 등의 도형을 꽉 차게 그려넣었을 경우, 사각형에 비해 다른 도형들은 각각 작아 보이며, 크기가 같아 보이도록 조정하면 정사각형의 기준선에서 조금씩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렇게 밖으로 나간 둥근 부분이나 뾰족한 부분들은 실제 시각상으로는 크기로 느껴지지 않고 무시되는데, 이러한 부분들을 시각 삭제(visual off-cuts)라고 한다. 글자 디자인에서 시각 삭제의 현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데 특히 크기의 보정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이해하고 시각적인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것을 한글 디자인에 대입하면 ‘ㅅ’ 이나 ‘ㅇ’ 처럼 끝이 뾰족하거나 둥근 경우에는 정해진 영역보다 조금 더 크게 그려주어야 같은 크기로 보이게 된다. 시각 삭제는 결국 글자의 크기와 글줄을 맞추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글줄에 변형을 준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한다.
 
  위와 아래의 도형을 같은 크기로 배열할 경우 ‘는’ 자나 ‘를’ ‘몸’자의 경우에도 위쪽의 것이 조금 크게 보이므로 같은 크기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쪽을 조금 작게 하여 균형감을 잡는다. 같은 굵기의 가로줄기와 세로줄기의 경우에도 가로줄기가 더욱 굵게 보인다.
 따라서 같은 굵기로 보이는 가로줄기와 세로줄기를 원한다면, 가로줄기를 조금 가늘게 조절하여야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굵기의 변화요소는 줄기의 각도, 길이, 맺음부분의 형태 등 다양하므로 주변의 변화에 따라 섬세하게 처리해야 한다.

6. 공간의 분배
  일반적으로 모든 도형은 그 배경과의 관계에서 성립된다. 화면 앞에 드러나 있는 부분을 '그림'이라 하고, 배경을 '바탕'이라 한다. 음양론으로 말하면 그림은 ‘양’이고, 바탕은 ‘음’이다. 글자에 있어서 그림은 바탕에 에워싸여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글자를 쓸 때 이 그림에 주목하여 의미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백지의 배경, 즉 바탕이 부분에도 충분히 배려되어야 한다. 이 그림과 바탕의 조화로운 결합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아름다운 글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속공간의 크기는 도형이나 글자의 크기와 비례한다. 따라서 글자의 크기와 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한 비결은 효과적인 공간처리에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줄기의 수와 글자의 크기는 반비례해 보이며, 줄기 수가 많으면 글자의 농도가 진해 보인다. 따라서 줄기 수가 많은 글자나 도형의 경우 글자 농도를 일정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줄기의 굵기를 가늘게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여야 한다.

7. 곡선의 표현
 ㄱ, ㅇ, ㅅ, ㅈ, ㅊ, ㅎ 등 곡선적인 표현이 가능한 요소들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문장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ㅇ’ 과 ‘ㅎ’ 의 원 모양이 정원이냐 타원이냐에 따라 글꼴의 전체적인 표정이 달라진다. 곡선적인  요소들을 많이 살렸을 때 글꼴의 전체 분위기가 더 부드럽고 경쾌해지고, 타원에서 정원으로 갈수록 현대적인 느낌을 지니게 된다.

8. 질감의 표현
 필기도구에 따른 질감을 살려주는 것도 글꼴의 표정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같은 글자라도 아웃라인이 매끄럽게 처리된 것과 울퉁불퉁하게 처리된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쿨재즈는 잘 다듬어진 디지털 펜촉의 느낌을, 봄날은 플러스펜의 느낌을 봄은 크레파스의 질감을, 러브레터는 옛 타자기의 향수를 느껴지도록 표현한 것들이다.
 하지만 디지털로 그려진 질감의 표현에는 한계가 있다. 의도한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폰트의 메모리가 증가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아날로그가 지닌 오리지날 질감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따르는 것이다.

9. 폰트 이름 짓기
 최근에는 폰트 디자이너의 역량이 폰트의 이름 짓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객과 제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뛰어난 언어감각, 풍부한 호기심,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예리한 시각으로 글꼴의 특징을 파악하고 잘 짚어낼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
 
 타깃이 되는 소비자층의 특성과 폰트의 시장, 경쟁업체의 분석 등을 통해 사용자의 기억에 보다 잘 인식되고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서 폭넓은 정보와 언어를 섭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0. 열정
  어느 직업이나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져야겠지만 특히나 폰트 디자인은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업과정이 쉽지 않아 인내심과 끈기도 있어야겠지만, 열정을 바탕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만든 폰트야말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
 
 미래의 서체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제 더 이상 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폰트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개인용 디지털 폰트 시대의 가능성이 예고되기에 이르렀고, 멀티미디어, 인터넷, 디지털 컨텐츠, IPTV, 유비쿼터스 등이 등장하고 보편화되면서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폰트 디자이너의 실험과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과거의 종이에서 지금의 모니터로 바뀌어가면서 입체적인 폰트, 움직이는 폰트 등 폰트 디자인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동시에 멀티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폰트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도 한글 폰트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숙제들을 껴안고 있다. 앞에서 얘기했던 분류체계를 비롯해 컴퓨터 환경이 맥킨토시냐 윈도우냐에 따라 자유롭지 못한 자간이나, 한글 커닝 문제도 있고, 아날로그에 거의 가까운 질감의 표현방법이나 중간톤의 뽀샤샤한 질감 표현방법 등 진일보한 디자인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는 기술적인 과제 등이 그것들이다.
 무엇보다 한글의 본문용 폰트는 거의 명조체와 고딕체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잊지말아야 할 과제이다. 물론 아직까지 한글에 있어 명조와 고딕보다 뛰어난 본문용 폰트는 나오지 못했다. 패션성이 강한 제목용 서체의 개발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본문용 서체의 개발에 아쉬움을 늘 갖게 된다. 이러한 과제들을 차근 차근 해결해 나갈 때, 머지않아 한글은 독특한 체계와 특징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능적인 글자로 자리 잡고 제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와 진화의 한복판에서 소비자로서 생산자로서 존재해왔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를 겪었으며, 이제 아날로그적 디지털과 보다 더 첨단화된 디지털로 양극화되어 때로는 균형과 견제, 결합과 해체를 거듭하며 또 다른 디지털 진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심에 있다.
 그 중심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보편성과 차별성, 때로는 양극에서 때로는 그 경계에서 늘 깨어있는 자세로 우리겨레의 소중한 자산인 한글꼴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다짐을 거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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