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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3. 10:25

오늘은 힙합 그룹 한 팀을 소개할 까 합니다. 1997년 PC통신 흑인음악 동호회에서 만난 MC메타(이재현), MC나찰(정현일), JU(최재유)가 결성한 '가리온'이 바로 그들이죠. 홍대 앞 클럽을 하나하나 지배하며 공연을 거듭해 곡들을 다듬기를 6년이나 거듭하던 가리온은 2004년에서야 1집 <가리온>을 발표합니다. 한국 힙합의 ‘조상’이라고 부를 정도였던 가리온의 1집이 이렇게 늦게서야 나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오랜 세월 갈고 닦은 만큼 가리온 1집은 ‘한국 힙합의 이정표’라 평가받으며 평단과 힙합 매니아 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습니다. 

출처: 가리온 공식 웹사이트(http://www.garion7177.com/)


2집이 나오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프로듀서이자 DJ인 JU와 음악적 견해로 갈라선 가리온. 정말 좋은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지는 못했어요.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한계일까요... 당장 먹고 살 돈이 없던 MC메타는 신촌 어느 병원의 주차 관리 요원으로 일했으며 MC나찰은 대학에 복학해 교사의 길로 향할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힙합에 대한 열정을 죽일 수는 없었나봅니다.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메타와 나찰, 2005년 말 디지털 싱글 <무투><그날 이후>를 발표하며 재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길은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나찰은 허리 디스크에 걸렸으며 메타는 개인 사정으로 고향 대구로 내려가야만 했어요. 

출처: 가리온 공식 웹사이트(http://www.garion7177.com/)


그러나 음악은 그들을 다시 한 번 뭉치게 했습니다. 또다시 서울로 상경한 메타는 나찰과 2집 작업을 시작해 지난 11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 2집
<가리온 2>를 발매했습니다. 파란만장한 그들의 인생사를 담았기 때문일까요? 비록 JU가 빠지기는 했지만, 많은 프로듀서와 랩퍼들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준 <가리온2>는 1집과는 또 다른, 세련되고 다양한 사운드로 무장한 명작으로 탄생했습니다. 

2005년 골든디스크상을 받은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는 ‘가리온이 이 상을 받을 때까지 열심히 힙합 하겠습니다’라며 가리온에 대한 존경을 표현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힙합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타이거JK가 이 정도로 존경을 표현한 가리온이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그들이 ‘100% 한글’로 가사를 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 한국말로 랩을 하지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요즘 예능으로 날리고 있는 ‘길’이 소속돼 있던 힙합그룹 ‘허니패밀리’의 1집 <랩교 1막>의 가사입니다. ‘뭐 이렇게 당연한 말을 해!’라며 별 생각 없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요즘 한글로만 써있는 가사가 얼마나 되는지... 특히 랩의 경우에는 더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리온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전부 한국말로만 가사를 써오고 있습니다. ‘가리온’이라는 팀의 이름 자체도 ‘몸은 희고 갈기가 검은 말’을 뜻하는 순 우리말 입니다. 

하지만, MC메타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초에 ‘우리말 랩을 고집한다’는 수식어 자체를 싫어한다'고 밝혔어요. 한국에서 한국사람이 한국말로 랩을 하는게 특이하다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죠. 


역시 난 열정 꺾인 나이 / 그래 여기까지 한계 겁이 나
됐어 마지막 현실에 다시 난 / 내 삶을 추스리려 하지만

아직은 삶의 무게를 견디나 / 스스로 믿음에 계속 달리나
여기서 저 끝까지 오래 달리기/ 계속 살아남길 오직 바라지

내 생의 춤을 인생의 / 틈 바구니 속에 꼭 가둬둘 뿐
결국은 꿈 속에 난 삶에 / 허덕이는 보통 사람일 뿐

내 꿈은 등에 달라붙은 / 현실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뿐
가뿐 숨을 내뿜는 부분 / 내 가슴 속에서 널 털면 그 뿐

아픈 마음은 날 구원못해도 / 난 뻔뻔하게 날 속일 수 있어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 / 난 무엇이 되길 원했던걸까

너무 늦은 것 같은 기분 / 자꾸 계속해 조여드는 슬픔
조금 특별하고픈 것 뿐 / 오늘 다시 기억난 내 꿈

-가리온 2 수록곡 <산다는 게> 중... 

MC메타는 http://www.10asia.co.kr/ 와의 인터뷰에서 ‘가리온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소녀시대 포레버!!!’같은 것도 아니고 왜 저렇게 뻔한 말을 했을까요? 그의 이야기를 한 번 인용해 봤습니다. 

“가리온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가리온 2기나 3기, 아니면 메타의 2세와 나찰의 2세가 가리온이라고 활동하는 것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 힙합에서 한국어 랩을 고수하면, 한 300년 뒤 가리온은 어떻게 될 지 보고 싶다. 비록 우리는 못 본다 할지라도”
(‘10아시아’인터뷰에서 발췌, 원문은
http://bit.ly/ezmcut)

이 인터뷰를 읽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로 랩을 하는 그들의 음악이 더욱 사랑스러워 졌습니다. ‘한글로는 영어와 같은 라임이 나올 수가 없다’던 뮤지션들이나 평론가들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꾸준히 살아남아, 조금 더디기는 해도 계속 음반을 내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힙합 팬들이 가리온 음악을 꼭 한 번 정도는 들어보시고 음반을 구입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생활고에 음악을 뒤로 하고 떠나는 일 없이, 더 좋은 한글 랩을 쏟아 낼 수 있을테니까요. 기왕이면 CD로 구입하시는게 좋겠죠?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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