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글이 있는 작품

한글 디자인 명인, 4인을 만나다

 한글 명인들의 4인 4색을 인사동에서 만나보았습니다.  전각 예술가인 정병례,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도예가 전성근, 디자이너 이건만 은 각각 한글을 각자의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한글 디자인, 새로운 지평을 열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좌담회 가졌다고 하는데요, 네분 각자 한글을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된 배경과 한글의 디자인적인 측면과 세계화 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엿들어 볼까 합니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이상봉의 한글 패션은 한글로 만들어진 문화 상품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 꼽힙니다. 전세계적으로 한글 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봉님의 도자기도 식탁보도 역시 한글을 아름답게 입고 있습니다. 



Q. 한글로 작품을 하게 된 배경은

고암 정병례 : 한글은 원방각, 수직, 수평구조인 우주의 질서를 선이나 면으로 표현하는데 가장 현대적이며 우수한 글자입니다. 그 한글을 조직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살리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우리의 전통적인 하늘•땅 사상, 음•양 사상을 생각했습니다.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음양합일 사상으로 공간이 속으로 들어가고 글자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으로 응용하여 안팎을 뒤바꿔 놓았습니다. 

모노그램작가 이건만 :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학문적으로 가르치면서 21세기에는 문화적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막상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우리는 중국 문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글은 우리의 정신, 우리 문화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것을 글로벌화시킬 고민을 계속해왔었고 그 가능성을 봤습니다. 



도예가 전성근

국내 도예가 중 이중투각과 조각기법으로 한국의 제일가는 명장으로 꼽히는 무토 전성근의 호 '무토'는 흙을 어루만지다, 사랑하다의 뜻이 담겨있어 흙이 좋아 투각을 시작했다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가 도자기에 한글을 접목시킨 동기가 건물을 보면서 어느 한 부분에 한글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해서 시작이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한글 자모음 연작은 마치 고층 건물을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Q. 한글의 디자인적 접근성에 관하여

이건만 : 패션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므로 거기에 맞춰 해마다 변하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문자를 패션화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지요. 

전성근 : 도자기에 한글을 새기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완성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한글을 이용해 작품이 탄생될 수 있는지 시도했을 뿐입니다. 아직은 작품미, 예술미가 성숙되기에는 이르다고 보지만 도자기는 투명성을 가지고 있기에 발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정병례 : 한글은 공간 속에 갇혀 있으면 안 되고 끄집어내서 소통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글로벌사회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어려운 말이지만, 한글의 아날로그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것을 결합한, 아나디지털을 미래사회로 끌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디자이너 이건만   

한글 모티브의 패션잡화 토종 브랜드로 유명한 이건만 작품은 루이비통이 알파벳을 LV를 모티브로 했다면 이건만은 한글의 자음 ㅇ,ㄱ,ㄷ,ㅅ 을 패턴화하여 모던하면서도 특색있게 한글 토종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Q. 한글의 디자인의 세계화 방법에 관하여

정병례 : 한글은 사실 고급스러운데, 요즘은 한글이 저급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글의 파인아트 개념이 적은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철학적 개념이 없는 것이지요. 눈으로 직접 보라고 하니까 귀로 봅니다. 즉, 바라보는 가슴이 없는 것이지요. 작가가 잘하게끔 대중의 수준이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한글을 이용해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든다면, 많은 관광객들이 구입할 것인데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요. 

이건만 : 제품만 가지고 글로벌화한다면 경쟁력에 밀리게 됩니다. 문화를 먼저 알리고 자연스럽게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정된 국가가 아닌 어느 곳에서나 판매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글을 요리의 재료라고 한다면, 요리를 할 때는 맛있게 요리를 하느냐가 중요하듯이 한글에 대한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사고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전제된다면 경쟁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또한 유통과 홍보 부분에서도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하지요. 



전각 예술가 정병례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화두 중 하나는 색즉시공으로  글씨는 디자인이기도 하며, 디자인 자체가 글자이기도 합니다. 섬세한 그의 전각 기법으로 빚어낸 글과 그림의 어우러짐이 특히 아름답네요.


주제나 소재면에서도 4인 4색이 확실히 구분되는 명장들의 작품 전시이자, 유례없이 네분을 한 곳에 모시고 한글에 관한 깊이있는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던 좋은 전시였습니다.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최윤정

ⓒ 온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