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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와 손글씨

화제 속 배우들의 손 글씨체는?

저의 학창시절에는 노트와 필기구가 필수였습니다. 요즘은 노트북의 가격이 저렴해졌기 때문인지 대학생 정도 되면 자잘한 필기구 대신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노트북이 좀 생소했어요. 항상 그렇듯, 가방에 노트와 색색의 필기구가 든 필통을 갖고 다니며,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글씨를 쓰다 보면 유난히 내 손에 잘 맞거나, 혹은 글씨가 예쁘게 써지는 볼펜이 있었어요. 그 제품만 유난히 빨리 닳아 한 번에 몇 개씩 살 때도 있었고, 어쩌다 대형 문구점에라도 가게 되면 사재기를 하곤 했었습니다. 때론, 단종되거나, 수입이 중단되기라도 하면 참 아쉬워하기까지 했었거든요.

자신이 악필이라며, 펜글씨를 배우러 다니는 이들도 있었어요. 디지털 기기들에서 지원되는 글씨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세상에선 참 아날로그적이면서 향수를 불러올 만한 얘깃거리이긴 하지만요. 손 글씨체가 예쁘지 않은 사람들이래도, 기본적인 자판 구조만 외우고 있다면 구미에 따라 글씨체를 골라서 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여러 휴대용 기기들은 물론, 컴퓨터의 워드 관련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상에서 조차 다양한 글씨체가 통용되고 있거든요. 이제는 사적으로 주고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컴퓨터를 통해 보기 좋게 정리된 문서를 공문 화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행이 되었어요.

특히 영업직 같은,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한 번에 처리 가능한 이런 방식이 꽤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받는 사람 입장에선 그만큼 손쉽게 버릴 수 있는 문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일일이 손으로 쓰고, 꾸며서, 편지를 보내는 영업 방식도 접해봤습니다.

이런 DM은 보낸 사람의 성의가 느껴지기 때문인지 시간이 지나도 버리기가 참 미안하더군요. 손 글씨로 된 문서를 받는다는 것은 뭉클한 느낌도 있고, 아무튼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합니다.

[사진 : MBC 화면 캡쳐]


최근, 김태희 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손 글씨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는 지난 20일 방송분에서, 그녀는 본격적인 공주 변신을 앞두고 침대에 엎드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얼마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이라면서 글을 시작했는데, 카메라는 김태희의 실제 글씨체를 잡았고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면서 ‘김태희 글씨체’가 연일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어요. 빼어난 명필까지는 아니었지만, 극 중 짝사랑하는 남정우(류수영 분) 교수의 이름 옆에 하트를 반복해서 그려 넣는 등 애교 만점의 낙서를 보여준 그녀의 글씨체를 두고 시청자들은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김태희씨는 매 방영분마다 조금씩, 자신의 손 글씨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녀의 글씨체를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이러한 이슈는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 글씨체의 연장선상인듯해요. 지난 8일 자 방송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연인 길라임(하지원)과 자신의 영혼을 바꾸기로 하고 라임을 향한 편지를 작성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눈시울을 자극했던 현빈의 연기와 함께 시청자들은 그의 필체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또박또박 남성스러우면서도 고른 글씨체를 두고 재벌 2세 백화점 사장 ‘김주원’으로 출연했던 극 중 배역에 비추어, 네티즌들은 그의 글씨체는 ‘명품 글씨체’로 부르고 있다 하네요.

[사진 출처 : 민중의소리 www.vop.co.kr/ 그림 설명 : 김태희 글씨체(위), 현빈 글씨체(아래) ]

다만, 당시 방송분에서 현빈의 편지 내용이 바뀌고, 글씨체가 달랐던 사실이 시청자들에 의해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옥에 티'라며 인정하면서, 일련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요.

이외에도, 최근 글씨체를 공개한 하지원, 김아중 같은 여배우들의 글씨체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원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촬영 당시 친필 사인이 들어간 새해 인사를 전해 글씨체가 공개됐으며, 김아중 역시 SBS 수목드라마 [싸인] 첫 방송 전 귀여운 글씨체로 화제가 됐다고 하네요. 다들 개성 넘치고 본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글씨체를 갖고 있어요. 언젠가는 그녀들의 글씨체가 한글 폰트 시장에 선보이겠죠?

사진 출처: 웰메이드스타엠, 골든썸&아폴로픽처스. 맥스무비 maxmovie.com 

책상 정리를 하다 보니 서랍에서 오래전 애지중지했던 볼펜이 데굴데굴 굴러 나옵니다. “이 볼펜으로 글씨를 쓰면 참 예쁘게 써졌는데….”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휴대용 기기나 인터넷상에서 지원되는 글씨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합니다. 이젠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주변 지인의 푸념처럼, 저도 요즘 쓰는 손 글씨라면, 기껏해야 신용카드의 사용 후 하는 싸인 정도입니다.

여러분은 손으로 글을 써본 것이 언제인가요? 그리고 자신의 글씨체를 기억하시나요?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