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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행사와 모임

말글문화 환경 감시 단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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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은 역사 이래 처음으로 국경일 한글날을 맞이한 해였다. 비록 1990년의 공휴일 축소에 따라 법적 효력을 잃은 지 15년이 지난 후였지만, 한글사랑과 계속된 한글운동의 결실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은 우리말글을 위협하는 세력들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시인)는 한글운동을 한다. 국어학자들이 국어법안을 만들고 힘쓰듯, 한글운동가들은 우리 말글살이에서의 문제점들을 바꾸려 애쓰고,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며, 세계화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우리 문화의 정체성 세우기에 힘쓴다.
 일찍이 국어연구, 국어순화에 애쓰신 많은 국어학자들의 힘씀과는 또 다른 힘을 싣기 위해, 한글운동 실천가들로 모인 젊은 조직이 한글문화연대이다.

 한문과 한자에 짓눌려오던 우리말 속에 일본어가 오용되던 부분들이 개선되어 가고 있으나, 이제는 그 빈자리를 영어가 메우고 있다. 더구나 ‘더욱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인터넷 통신 세상이 되다 보니 우리말은 홀대받고, 심지어 출처가 불문명한 외계어가 판치고 있다.
 한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가게 이름들은 마치 외국의 거리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글문화연대는 4천8백만 한국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한글운동을 펼쳐나가 우리말글, 한글문화를 닦는 데 힘쓰고 있다.




한글문화연대의 창립 취지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 2월 22일 연세대학교 알렌관에서 수많은 어문단체 중 하나로서가 아닌, 진정한 한글시민운동을 펼칠 단체로서 출범했다.
 준비위원회 실무를 맡았던 김영명 한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창립 대표로 추대되었고, 시인 고경희(현재 대표), 방송인 정재환 씨는 부대표로서 사회전반의 한글문화운동에 동참했다. 특이한 점은 국어학자, 언어학자들이 주축이 된 기존의 단체들과 달리, 사회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학, 철학, 문학, 그리고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새로운 한글단체였다. 한글운동에 국어학자가 아닌 사회과학자가 주축이 된다는 것은 당시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창립 시 내세운 한글운동의 방향은 '학술운동, 문화·시민운동, 대외협력'이었다. 국어학자는 국어의 말과 글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한글문화연대는 말과 글과 사회적 환경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시민운동단체가 되고자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학술운동’이라 하면 우리말글로 학문을 닦고 우리 것을 살펴보는 데서 출발해 우리말글을 세계적으로도 드높이는 역할에 동참한다는 것이며, ‘문화․시민운동’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말글살이에 있어 각 분야에 맞는 바른 우리말글을 쓰도록 제안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외협력’은 한글문화 바로 세우기에 뜻을 둔 나라 안팎의 단체들과 힘을 모아 우리말글 발전에 힘을 쓰자는 의지를 드러내는 항목이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한글문화토론회, 한글문화기행, 한글문화 바로잡기를 촉구하는 각종 대외 활동, 한글맞춤법교실, 한글문화연구소 등의 활동과 그 외 시의성 있는 활동들을 해나가고 있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
 한글문화연대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시민운동단체로서 창립 이후 한글문화강연회 및 토론회를 여는 등 많은 사람들을 한글사랑운동에 동참하도록 독려해왔다. 2001년 한글날에는 한국방송의 협조를 얻어 ‘한글 황금종을 울려라’라는 행사를 하기도 했는데, 대중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방송인들이 많이 참여해 호응도가 높았던 행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한자병용 정책 반대운동'과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에 앞장서는 여러 단체들과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1년 11월 국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으나 며칠 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그 안이 보류되자 한글날의 국경일 제정안이 단순히 정치적인 겉치레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했다.

 2002년 8월에는 김영명 전 대표,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소설가 이외수 씨,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 등을 주축으로 한 ‘한글날이 국경일이기를 바라는 33인의 모임’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가 정한 39개의 기념일 중 하나 정도였던 것이 그나마 1990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도 제외된 한글날을 민족의 경사스런 날로 삼아 한글을 제대로 대접하자는 취지로 발족한 모임이었다. 이를 주축으로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 관한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며 2005년 11월 여러 한글 관련 단체들과 함께‘한글날 국경일 성명서 발표’에 동참했고, 그 결과 2005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국경일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1990년 한글날이 법정공휴일에서 빠진 뒤 15년 만에 일어난 역사적인 일이었다.  


통신언어 바로쓰기 운동
 2002년 한글날을 기념으로 ‘통신언어 바로쓰기 운동’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한 달간 진행했다.  23대의 외부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통신언어 바로쓰기 운동’ ‘바다쓰기 0쩜 마자떠여(키득키득, 받아쓰기 0점 맞았어요)’라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무국적 통신언어생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서울시내버스 영문도안을 한글로
 지난 2004년 7월은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시내버스 체계를 바꿔 큰 혼란이 야기되었던 때였다. 서울시는 네 가지 색과 영문도안으로 구별된 체계는 편리함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큰 혼선을 가져왔으며 특히 의미 없는 색 구분과 영문 대표자 표시로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한글문화연대는 버스에 영문으로 표기된 ‘G, R, Y, B'를 한글로 바꿔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으며, 헌법소원과 감사원의 서울시 감사를 앞두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현재는 각종 공익광고, 개별 광고로 대체되었다.


영어간판 의무시행 철회 요청
 2004년 11월에는 바른 간판을 위한 전시회 및 안내서 보급 활동으로 호응을 얻었다. 이후에도 건물의 간판을 비롯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 중 한글이 없는 영문 상호, 도로표지판 내용의 개선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그 시행 여부에 대한 확인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 관련 단체 20여 개가 연합해 서울시 노원구의 ‘영어간판 의무시행’을 반대하는 문화관광부의 도움으로 누리꾼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가 및 종로 등지에서 운행되는 노선버스 기자 회견을 열었다. ‘노원구청이 거리 간판에 한글과 함께 영문을 강제로 쓰게 하는 시행규칙 강행’에 대해 우리나라 거리에서 우리글만을 쓴 간판을 단속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사대주의적 행위라는 것을 강조하며 노원구청장(이노근)에게 철회요청서를 전달했다.


공공기관의 한글사랑 촉구
 'KT&G, NIS, KORAIL, EX ,…' 이들은 언젠가부터 얼굴을 달리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이름들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이름에 영문이름을 앞세워 한글이름을 버리거나 감추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지하철에서 응급상황일 때 ‘SOS'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바라며 지난 해 2월에는 도로의 '나들목' '분기점'을 나타내는 ‘IC, JC’들을 고쳐줄 것과,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라는 이름을 ‘안전문’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정부의 해당 기관에 보내기도 했다.


비평과 토론, 학습의 장
 문명비평, 한글문화토론회, 한글문화기행, 한글맞춤법교실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모임 안팎에 사회적인 화두를 던지고 한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도 한글문화연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이다. 김영명 전 대표의 주관으로 15회까지 진행되어온 ‘문명비평’은 ‘우리의 문화, 역사적 현실, 사회와의 관계 등을 이해’ 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정재환과 함께 하는 한글문화기행’은 우리말글과 세종대왕에 대해 느껴보는 한글문화답사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한글문화토론회는 ‘국어가 경쟁력이다’ ‘외래 전문 용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 안의 영어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의 외국어 남용 실태와 대책’이라는 내용들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한글맞춤법교실은 직장인을 위한 맞춤법을 비롯해 초등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실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글무늬 자료집으로 한글 디자인의 활성화를 
 2005년 11월에는 홍익대학교 한글꼴연구회, 활자공간 등과 공동으로 <한글무늬 자료집>을 발간하고 이를 필요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무료로 제공해 한글무늬 보급에 힘썼다. 시각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외국 글자 형상화에만 치중하고 디자인계의 시선을 우리 고유의 한글무늬를 디자인화하는 방향으로 돌리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전자우편 정보지 제공과 한글문화연구소 설립
 한글문화연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한글에 대한 정보를 회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제공하는 주간 정보지 ‘한글 아리아리’를 2004년 4월부터 매주 발행하고 있다.‘한글 아리아리’는 현재 200호를 눈 앞에 두고 있으며, “우리의 얼말 얼글”, “한글문화연대 터살이”, “짚어보고 새겨보기”와 같은 글 꼭지가 있다.


방송언어환경 개선과 우리말 사랑꾼 선정
 2007년 8월에는 약 한 달간에 걸쳐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조사해 개선하는 활동’을 가졌다. 프로그램을 분야별로 조사한 결과, 지상파 TV 3사와 EBS, YTN의 전체 프로그램 제목 412개 중 59.7%에 달하는 246개 프로그램명이 외래어와 외국어를 섞어 쓰고 있었으며, 전체의 29.9%인 123개는 순 외국어만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방송관계자들이 앞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바르지 못한 언어관행을 개선해 나가도록 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으로 이뤄졌다. 

 또 연말에는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우리말 사랑꾼과 해침꾼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이는 우리말글의 소중함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키고 공기업, 공인들이 우리말 사랑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는 의미에서였다.

 2006년에는 ‘법제처’ 한겨레신문 최인호 부장, 강서구청, 한국방송(kbs) 퀴즈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 문화방송국(mbc) '말달리자' 등이 우리말 사랑꾼으로 선정되었으며, 우리말 해침꾼으로는 앙드레 김, KORAIL, KOGAS, 국정홍보처 등이 선정되었다. 

 2007에는 문근영(방송인), 이상봉(의상 디자이너), 이준구(서울대 교수), 박거용(상명대 교수), 교보생명 건물의 한글간판이 우리말 사랑꾼으로 선정되었으며, 우리말 해침꾼으로는 행정자치부, 무한도전(문화방송), 노원구, 농수산물유통공사, 지상렬(방송인)을 선정하였다. 
 

한글옷의 제작 및 보급
 2007년 5월에는 한글문화 보급의 한 방안으로 한글옷의 제작․보급 사업을 추진, 행정자치부의 후원으로 기본 재원을 마련하고, 문화콘텐츠 전문가 및 홍보기획사의 도움으로 한글을 이용한 무늬 21종을 개발하여 그 중 4종을 대량 보급할 것을 계획한다. 그리고 마침내 10월 초 4종의 티셔츠를 남녀 각각 500벌씩 총 4,000벌을 만들어 2,000벌을 충북 옥천의 결혼이민자연대, 즉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민자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나머지 2,000벌은 당초 이 옷의 제작을 지원했던 기업 '쌈지'의 도움으로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이 참가하는 패션쇼를 진행, 19명의 시민들이 한글옷의 맵시를 자랑하고 한글이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사무소 이름 변경 반대 서명운동
 2007년 8월 말, 행정자치부가 전국의 2,166개 동사무소의 이름을 '동주민센터'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9월 1일부터 현판과 간판들을 교체하겠다고 밝히자 한글문화연대는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9월 22일부터 정부기관이 영어로 이름을 짓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는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주말마다 대학로 샘터소극장 앞에서 국민들에게 이 조치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반대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 해를 넘겨 2008년에도 계속되었다.

 행자부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며 정책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12월 초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전국의 성인남녀 1천 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말로 바꾸는 게 좋다'는 의견이 58.7%, '센터라고 써도 좋다'는 의견이 37.6%로 나왔고, 한국방송 뉴스에서 자세하게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외래어 정책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학술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2007년 11월 2일에는 '올바른 외래어 정책 수립을 위한 학술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좀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타 한글단체 및 사회단체들의 힘을 규합해 정부의 지나친 영어사용에 반대하는 연대활동 조직에 나섰다. 1월 초부터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한글맞춤법교실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추진한 연대활동은 2008년 1월 22일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정책 발표로 더욱 불이 붙는다. 1월 23일 '초중등 일반과목 영어수업, 실용인가 만용인가?'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날 한국방송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이건범 운영위원이 토론자로 나서, 이 정책이 부를 사교육비 증대와 수업의 질 저하, 국어 훼손의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또한 당초 계획했던 공동 기자회견의 폭을 넓혀 1월 30일 '정부의 영어 숭배 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주최하는데, 모두 33개 시민단체가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그중 22개 단체에서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한글사랑에 더욱 힘을 실어준 수상 
 한글문화연대는 2002년 한글학회로부터 ‘우리말글 지킴이’ 위촉, 2005년 12월 ‘국회 대중문화·미디어 대상 문화지킴이’ 수상, 2006년 10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세종문화상 사회봉사상’ 을 수상한 바 있다. 또 김영명 전 대표가 2005년 559돌 한글날 '국어운동 공로 표창' 수상하고 2006년 7월에는 이광연 운영위원(YTN 아나운서)가 한글학회로부터 ‘올해의 우리말글 지킴이'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이 한글문화연대는 창립 10년째가 되어가면서 ‘행동하는 단체’로서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회원들과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리말글의 환경을 개선시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적 불명의 언어나 영어를 우대하는 환경과 한글날이 빨간 색 공휴일이 아니어서 시민들의 기억에 깊게 각인되지 못하는 반쪽 국경일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지울 수는 없다.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은 한글문화연대가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말글 훼손에 대한 감시활동과 한글의 문화산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 그리고 토론회와 맞춤법교실 등의 교육학술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한글의 힘을 더욱 크게 외쳐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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