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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새로운 시선

순 우리말로 된 지하철역, 뭐가 있을까?

바쁘고 바쁜 세상입니다. 학생은 학생 대로, 직장인은 직장인 대로... 다들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 바쁘고 출퇴근에 등하교에 마구 돌아다니는 시절입니다. 이때, 우리들의 발을 대신하는 건 바로 ‘지하철’입니다. ‘시민의 발’이라고 하죠? 지하철 역은 보통 동네 이름이나 근처 유명한 대학 등의 ‘랜드 마크’를 따라 이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혹, 눈에 띄는 한글 이름 지하철 역이 있습니다.
 


처음 본 것은 5호선 ‘애오개’ 역입니다. 애오개... 생소하시죠? 애오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아현동’의 옛 이름이랍니다. 애오개는 충정로 3가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고개를 뜻하는 말인데,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엄마 등에 업힌 아기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애오개라고 했답니다. ‘아현’이 아이를 업었다는 뜻이죠. 또 다른 말은, 북서쪽에 만리현과 대현이라는 두 큰 고개 사이에 있는 작은 고개라는 뜻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조선시대 이 고개를 넘어가며, 아이들의 시체는 이 고개에 묻게 했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지금도 아현동 산 7번지 일대에 많이 남아있는 ‘아총’(兒塚)이 이를 증명한다고도 해요.
 


내친 김에... 5호선 라인을 한 번 살펴볼까요? 저희 동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굽은다리’ 역이 있답니다. 이곳은 명일동에 있지만 천호동의 옛지명인 ‘곡교리’(曲橋里)를 한글 그대로 푼 역입니다. 사람들마다 생각은 다르지만서도... 저는 이런 한글화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예쁜 우리 말이 있는데, 굳이 한자어나 외래어를 쓸 이유는 없죠? 실제로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조선시대에 이 지역 마을을 잇는 다리가 굽어 있었다는걸 밝혔고, 천호동 근처의 십자성마을 근처에는 ‘굽은다리’라는 길 이름이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살짝 라인을 바꿔볼까요? 이제는 지하철 7호선으로 가봅시다. 지금은 그다지 친하진 않지만요... 그래도 명절때는 꼭 보는 친가 식구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사시는 곳이 중랑구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버스를 타고 갔는데... 먹골역이 개통되고 부터는 이제 주로 지하철로 다니죠. 먹골역의 행정구역은 정확히, ‘서울특별시 중랑구 묵동 175-4’입니다. 저도 묵동이라는 지명이 더 익숙하네요. 
‘먹골’이라는 역 이름 자체는 ‘묵동’이라는 지명을 한자 그대로 풀이한 이름입니다. 왜 이 지역이 묵동인지에 대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묵동 근처의 봉화산에서는, 품질좋은 소나무 참숯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걸로 먹을 만들면, 그렇게 기가막힐 수가 없어, 이걸로 궁중에 진상할 정도였다죠? 그렇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썰’은 한두가지가 아니랍니다. 
일설에는 묵동 121번지 부근의 ‘중리’... 말 그대로 가운데 마을에는 ‘정종조의 내관 최별감이 이곳에 정착한 이래, 오갈데 없는 내시들이 모여들어 살던, ‘앞이 캄캄한 곳’이라 해서 ‘먹골’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어때요? 평소에는 별로 생각할 새 없던 지하철 역... 이렇게 유래를 알아보니 조금은 흥미있지 않으신가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요... 전 그래요. 최대한 한글로 할 수 있는 건 한글로 표현하는 게 우리 한국사람이잖아요. ;-] 앞으로도 심심할 때마다, 재미있는 한글 역이름 소개해 드릴께요. ^^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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