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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언어유희와 키치, 패러디의 음악,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흔히들, '말장난'이라고 하는 '언어유희'나 '패러디', '키치'는 생각보다 우리 말에 많이 쓰입니다.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구비시의 창조자 김삿갓(김병연)같은 분은 주로 한시를 통해 이러한 시들을 많이 남기기도 했는데요,그중 '서당 욕설시'를 한 번 함께 보시죠. 한자의 음은 좀 '민망한'
내용이라 흰색으로 바꿔놨습니다. 보시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19금 보기' 버튼을 눌러 감상하세요. 


書堂來早知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왔는데

房中皆尊物 방안엔 모두 높은 분들 뿐이고. 

生徒諸未十 학생은 모두 열 명도 안 되는데 

先生來不謁 선생은 찾아와 보지도 않네.

김삿갓이 방랑중 서당에서 하룻밤 잘 것을 청했는데 미친 개 취급을 하자, 화가 치밀어 한 수 써붙여
놓고 온 것이라고 합니다. 

굳이 이런 거친 상황이 아니어도 언어유희나 키치, 패러디는 현대 우리 나라의 대중 음악에도 꽤
많이 쓰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적절히 섞인 랩이나, 아니라 외국어를 조금씩 섞어 운율을 맞추면서도 독특하고 해학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노래들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시켜드릴 뮤지션 '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도 바로 그런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조까를로스'를 주축으로 하는 밴드들의 구성원 이름들도 화려합니다.
김간지, 까르푸 황, 후르츠김... 제대로 된 이름은 드럼과 퍼커션을 맡은 '유미'밖에 없네요. ^^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라는 이름도 어디서 많이 들어보신 것 같지 않으세요?
자, 비교를 해 드릴께요.


'부에나  | 비스타 쏘셜       |  클럽'

'불나      | 방스타  쏘세지  |  클럽'


이제 아셨죠? 밴드의 이름조차 패러디를 통해 해학스럽게 지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처럼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은 노래들도 있지만, 이들 노래의 대부분은 유니크한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는 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들어볼 노래는 바로, 이들의 정규 앨범 '고질적 신파'에 실린 노래 <시실리아>입니다. 



시실리아 그대 아직 잠들지 않았나

안 졸리나 밤이 깊어 별이 반짝이는데

그댈 만나리라 사루비아 다방에서 밤새 기다리리라

그대 꼭 오시리라 나는 믿어요 시실리아

오 내사랑 시실리아

불러요 사랑의 아리아

당신은 한 마리 카나리아

영원히 내 맘속에 가두리라

함께 가줘요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내가 쏘리라

당신은 한 송이 후리지아 

영원한 내 사랑 시실리아


라지에타 콤프레샤 베네수엘라

라지에타 콤프레샤 샤라포벨라


예전에 함께 들어본 '노라조'의 <카레>처럼, 이 노래에 나오는 외래어 역시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시실리아'라는 이태리의 지명을 나타는 영단어는 원래의 뜻대로 사용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냥 이국적인 느낌을 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 정도랄까요? '사루비아 다방'은 홍대앞의
유명한 커피숍이고... 심지어 '롯데리아' 역시 '시실리아'와 운율을 맞추기 위한 도구입니다. 불고기버거를 쏜다거나, '후리지아'에 대한 비유, '라지에타', 콤프레샤', '베네수엘라', '샤라포벨라' 등도 모두 운율을 위해서만 사용된 단어입니다. 

여러분은 이노래를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런 실없는 사람들이라니!'라는 생각부터 '재미있다'거나 '매력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느낌은 가지가지니까요. 전 '황신혜밴드'가 생각났었습니다. <짬뽕>이나 <닭대가리>에서 보여준 파괴적 키치의 가사들과도 일맥상통하고요. 실제로도 두 밴드가 친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은데...

대중가요에 무조건 무분별한 외래어가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아쉽지만, 우리 나라의 말과 외래어를 적절히 이용한 재미있는 시도가 아닌가 저는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