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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시가 흐르는 아름다운 가요


KBS 1TV ‘콘서트 7080’ MC 배철수 씨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콘서트 7080’ 3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70~80년대에는 시 같은 음률 적인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 대중가요는 춤, 리듬 때문에 들어줄 만하지 가사만 보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고 현 가요계의 현실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고 합니다.

'콘서트 7080’ 300회 특집 기자간담회 중 배철수 씨.
 사진출처 서울신문NTN / ntn.seoul.co.kr


저도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지만, 배철수 씨의 이 말엔 공감하는 바입니다. 요즘 가요 시장을 보면 ‘아이돌 음악’만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의 다양화가 상실됐다고 할까요…. 물론 들으면 신 나고 기분 좋긴 하지만, 간혹 너무 말초적인 감각에만 얽매여 음악을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돌 그룹의 타겟 층은 십대들이다보니, 그네들이 쓰는 신종 어를 가사에 적용시키는 경우가 많죠. 처음 듣는 가사 내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노랫말을 담은 곡들이 요즘 우리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공감할 수 있겠지만, 자연스레 40~50대 부모 세대 입장에선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가 무슨 말이며 왜 애들이 이런 노래를 듣는지 의아해 할 수 있겠지요.
 
이런 추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가사에 철학이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예를 들어 노래를 들을 때, 듣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기준에서 듣게 돼요. 같은 가사를 두고, 실연한 사람은 사랑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반대로,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이라면 사랑의 기쁨을 찬양한 곡으로 느낄 거예요.

이처럼 ‘노래를 들음’에 있어서 듣는 사람과 음악 사이에 어떠한 공감대가 형성되곤 하는데, 요즘 대중가요는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이상한 가사에 독특한 사운드를 넣은 반복적인 후크송이 일색이라는 것이 전문가 그룹을 비롯한 음악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면면입니다.

그럼, 장년층이 그들의 자녀 세대였을 때 즐겼던 음악은 어땠을까요? 70-8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한 번 들어 보세요. 현세의 가수들처럼 예능 감이 뛰어나지 않고, 퍼포먼스가 화려하지 않지만, 뛰어난 가창력을 내세운 아름다운 노래들은 마치 한편의 시 같은 서정적인 모습을 띠었습니다.

이를 반증하는 요소가 바로 ‘세시봉 콘서트’의 붐입니다. 비단 중, 장년층을 넘어 십대들까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더군요. 그들 내에서도 자신들이 부모님 세대가 됐을 때, 이처럼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 있을까 염려하는 이들도 생겼고요.

이만 각설하고, 가요계의 일원화에 대한 현실을 개탄하고자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다행히 알 수 없는 가사가 난무하는 요즘 노래 중에, 그래도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를 담은 곡도 소량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중엔 우리가 학창시절에 자주 듣던 시를 노랫말로 삼은 곡들도 있죠.

시를 가사로 쓰고 있는 노래는 가곡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가요에 시를 입힌다는 것은 색다른 시도로 보이기도 해요. 시는 작품으로써 다양한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아름다운 멜로디까지 얹혔으니 들을 때마다 새로운 감성을 자극하곤 합니다.

비록 발표된 지 오래된 노래도 있지만, ‘시가 있는 가요’들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면 관계상 3개의 앨범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형편이 허락된다면, 이러한 주제의 포스트는 차후 계속 진행할까 합니다.

앨범과 함께 노랫말인 ‘시’도 함께 넣었습니다. 매일매일 날씨가 포근해지고 있습니다. 그럼,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시면서 아름다운 시도 한 편 감상해보세요.

 
김소월님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개인적으로, 잘 외워지지 않던 김소월님의 시를 수월히 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곡입니다. 이제 이 노래는 구전 가요 같습니다. 그리고 김소월 님의 또 다른 시 중 [진달래 꽃]은 가수 ‘마야’ 씨가 리메이크해서 히트하기도 했죠.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시인 정호승의 서정성과 가수 안치환의 음악적 진정성이 빚어낸 시 노래 음악의 정수”라는 음반 평을 달은 안치환 씨의 9.5집 [정호승을 노래하다]도 있습니다. 수록 곡 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곡이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사람을 사랑한다
햇볕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사랑도 눈물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장나라 씨의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는 신세대 시인 원태연 씨의 작품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랍니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눈물에 얼굴을 묻을때 니가 날 버렸을때
서러운 눈물을 삼키며 나도 나를 버렸지
언제부터 넌 나를 버리려 준비를 했을까
미리얘길 했었다면 조금 더 쉽게 보내줄 수 있었는데
정말 난 니가 필요하다 얘기했지만
너는 아니었나봐
눈물도 없이 쉽게도 넌 날 버렸었지
난 울게됐지
별빛에 부서진 추억도
날버린 니 이름도
모두다 지울순 없겠지
내가 나를 지울께

모르겠어 급하게 나를 버렸던 이유를
미리 얘길 했었다면
내가 날 바꿔보려 노력했을텐데
그때 난 나를 버려가며 매달렸는데
정말 아니었었니
미련도 없이 차갑게 넌 날 떠났었지
난 울게됐지
별빛에 부서진 추억도
날버린 니 이름도
모두 다 지울순 없겠지
내가 나를 지울께

눈물에 얼굴을 묻을 때 니가 날 버렸을 때
서러운 눈물을 삼키며 나도 나를 버렸지


▣ 마지막으로, 가수 이동원 씨와 테너 김인수 교수가 듀엣으로 불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도 보석과 같은 곡입니다.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제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거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풀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참고 사이트]

서울신문NTN / ntn.seoul.co.kr
네이버 뮤직
CJ E&M / M.net.com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3기 배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