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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한글이 만난 사람

[인터뷰] 대학생 한글꼴 모임의 의의 - 한울 7.0 회장 함민주


 하나, 한글, 크다 등의 의미를 가진 ‘한’과 울타리를 의미하는 ‘울’을 합성한 ‘한울’이라는 이름의 대학생 한글 타이포그래피 연합회. 그들이 써온 역사가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시원을 따지자면 1998년 ‘글꼴과 타이포그래피전’이라는 이름으로 네 학교의 동아리들이 함께 했던 전시가 모태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1년에 ‘한글 다시 보기’라는 제목으로 뭉쳤던 한울 1.0세대에서부터였다. 그들이 넘겨준 바통이 해마다 여섯 번째 전해지는 동안 한울은 우리 타이포그래피 디자인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훌쩍 자라났다.
 그리고 2008년 일곱 번째 바통을 주고받는 시점이 된 것이다.
한울 7.0 회장(함민주, 서울여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그 시점의 중요성 때문이다. - 편집자 주 -




온한글 ‘대학생 디자인 운동의 중심으로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자’는 목적으로 탄생한 한울이 어느새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함민주 우선 양적인 성장이 있었습니다. ‘한글 다시 보기’라는 제목의 1.0전 때만 해도 단국대, 명지전문대, 상명대, 서울여대, 홍익대 등 5개 학교의 6개 동아리들이 모인 규모에 불과했지만, 그 후 7.0전을 치르기까지 10개 학교 11개 동아리가 참여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또한 ‘한글 다양한 표정을 가지다’ ‘한글 공감’ ‘한글문화 실험실’ ‘새 한글 운동’ ‘한글날’ 등 매해 다른 주제로 전시를 해오는 동안 한글의 조형미와 독창성 등 그 우수성을 재조명해보고 그 발전 방향을 위한 실험을 하는 등 나름대로 질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며 대중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모색해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글다움’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던 7.0전은 지난 여섯 해 동안 진행되어 온 한울전을 정리하고 그 근본정신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온한글 ‘대학생 디자인 운동의 중심으로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자’는 목적으로 탄생한 한울이 어느새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매 전시의 주제는 누가 정하나요? 특히 이번 ‘한글다움’이라는 주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정해졌나요?

함민주 전시의 주제는 그 해의 회장단에서 정하는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 ‘한글다움’이라는 주제가 논의된 것은, 그동안 한울이 다양한 모습의 한글을 보여주었던 것을 생각할 때 한 번 쯤 기본에 대한 철학을 재고해 보자는 의견이 개진되었고 7.0회원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령 앞 세대들의 전시에서 한동안 한글 디자인 상품들을 비롯해 비주얼이 강한 작품들이 많았다면 이번엔 글자 디자인 자체에 주목해보자는 의견이었고, 그래서 가능한 컬러 사용도 배제하고 세벌식 작업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온한글 그밖에 7.0회원들이 좀 더 신경 썼던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함민주 도록 제작을 좀 더 꼼꼼하게 하느라 노력했고, 본격적으로 홈페이지를 오픈해 선배님들의 세미나 내용을 웹진으로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 담당은 각각 서울여대와 SADI가 했는데, 홈페이지는 아직 빈 공간이 많아 열심히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온한글 회원들 간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의외인 것 같습니다. 밖에서 보이는 한울의 모습은 서로 간에 긴밀한 교류가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함민주 그것은 아마도 한울 외에는 이렇다 할 대학생 디자인 단체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비쳐지는 것일 것입니다. 아니면 저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인지…. 어쨌든 그런 점에서 이번 7.0전에서 원광대 학생과 SADI 학생이 소그룹 연합 프로젝트를 시도했던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온한글 그리고 많은 수의 회원들이 저학년들이라는 점도 궁금해지는데요, 그렇다면 고학년들은 한울 활동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요?

함민주 남학생들의 경우 입대 때문에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3학년 쯤 되면 진로문제로 휴학을 하거나 다른 길을 시도해보는 친구들도 점차 생기면서 타이포그래피 쪽에 정말 관심 있는 사람들만 남게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처음엔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잘 몰랐던 저학년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선 보람 있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다른 어떤 분야로 간다고 하더라도 한글 디자인의 베이스를 가지고 가는 디자이너를 배출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한글 전시의 내용을 보면 각 동아리들마다 한글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와 시각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만, 워낙 근본적인 질문이어서인지 그 해답으로 제시한 것들 중에는 더러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함민주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1~2학년 회원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결과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앞두고 앞선 세대의 작업들에 대한 자체평가를 하면서 3학년 선배들이 개인
작업을 도와주도록 하자는 다짐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온한글 그 동안의 한울전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하면서 어떤 점들이 거론되었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함민주 먼저 좋았던 점으로 평가되었던 것은, 5.0전부터 이벤트 팀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초 4.0 선배들의 자문으로 시작된 이벤트 프로젝트는, 인사동 거리 행진과 한글 티셔츠 현장 제작 판매 등을 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저학년들의 역할이 커지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반면, 앞서 얘기했듯이 저학년 작품들의 완성도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회원들 간의 교류가, 특히 학교 차원의 교류가 기대치만큼 되고 있지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온한글 한울의 활동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함민주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 단체가 한글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며 일반인들에게 그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대견하게 보시고 물심양면으로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희 스스로도 유일무이의 학생단체라는 소명감을 느끼고 있지만, 선배님들이나 교수님들의 응원이 없으면 지금까지 달려오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애정만큼이나 따끔한 충고를 해주시는 점에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온한글 2년 뒤면 한울의 연차가 10년이 되는데요, 나름대로 성숙이라는 과제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민주 물론입니다. 저희도 그동안의 선배님들의 충고를 되새기면서 대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한 토론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과, 그 실천방법을 꾸준히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의식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인 이슈에 따른 디자인 운동의 발신지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편에선 우리가 할 일은 결국 전시가 아닌가 하는 이견도 제기하고 있지만, 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디자인 단체의 결성이 약한 현실이 안타까워서라도 학생시절부터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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