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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있는 작품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그 세번째 - 홍대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지난 번 '우리 노랫말이 선사하는 가슴시린 아름다움 그 두번째 - 재주소년'에 이어,
이번에는 홍대 인디 씬으로 넘어가 볼까요?
지난 2007년, 홍대 인디 씬에서는 다소 뜬금없는 이름의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헛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개그적인 음악을 하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나
‘황신혜 밴드’ 같은 음악, 또는 ‘푸른 펑크벌레’같은 열혈 펑크키드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정규 데뷔 앨범 ‘브로콜리 너마저’를 CD 플레이어에 올렸습니다만...

다소 어눌한 ‘계피’와 ‘덕원’의 보컬, 유연한 플레이의 드럼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마추어적인
연주때문에, 처음 들을 때는 중간에 CD플레이어를 꺼버렸습니다.
‘뭐 이런게 다...’ 하구요. :-( 그런데, 자꾸 가사 한 토막씩이 머리를 맴돌면서 CD에 손이 가게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연인과의 서투른 춤을 통해 사랑하는 과정을 표현해 낸 <춤>이나, 친구와 함께 자취를 했다면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치며 공감했을 법한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또 2009년이 다가왔을 때를 상상하는 내용의 <2009년의 시간들>을 비롯한 많은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들은 자꾸 들어도 질리지 않고 마음속에 여러 가지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은 노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는 <유자차>입니다.
먼저 가사를 한 번 감상해 보시죠.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달콤하고 따뜻했던 유자차 한 잔’은 지나간 사랑, 아련했던 ‘그 시절’의 기억들을 곱씹기에 너무도
적절한 비유 대상인 듯 합니다. 이미 진하게 타서 두손에 감싸고 호호 불며 마셨던 유자차의 찌꺼기...
물론 새로 한 잔 진하게 타낸 유자차의 진득한 달콤함에는 비유할 수는 없지만,
찌꺼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천천히 마시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달콤함을 느끼며 입에 남아있던
씁쓸한 뒷맛을 지워낼 수 있거든요.

2절의 가사들은 더욱 아련합니다. 흔히들 말하던 ‘좋았던 시절’의 추억은 누구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거에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하죠? 우리는 마음이 힘들거나 할 때면 친구를 만나, 연인을 만나 따뜻한 차 한잔, 또는 차가운 술 한 잔을 기울이며 가슴속에 켜켜히 묻어놓은 추억들을 꺼내어 보곤 합니다. 

이런 회상과 정화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앞에 놓인
‘봄날’로 향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앨범의 몇 곡은 그렇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셀프 타이틀 앨범은 동네 커피숍에 앉아, 버스에서 이어폰을 끼우고 배경음악처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져 옴을 느낄 수 있는 수려한 멜로디와 따뜻한 가사를 담고 있는 앨범입니다. 

아무래도 다들 학생이라 그런지 다음 앨범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듯 한데요... 비록 여성 보컬 ‘계피’는
현재 팀을 떠나고 없지만, 2집 앨범에서는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다음 앨범 꼭 구입해 들어보세요. ;-)


온한글 블로그 기자단 2기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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